동백꽃 붉은 꽃들이 점점이 피고 있고, 매화 역시 눈밭에서 화려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봄이다. 공장이나 건설현장 곳곳마다 어김없이 봄은 올 것이다. 그 봄을 기다리며 우리는 산재예방 체제를 정비하고 지난해 발생재해의 경향을 분석하며 새봄부터 시작해야 할 사업계획을 완성하게 된다.
 해마다 이맘때면 되풀이하여 고심하는 일이지만 금년에도 마찬가지로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장벽이 있다. 바로 "재해다발 사업장"이다.
 지난해 역시 재해는 증가하였고, 그 원인은 불과 몇개 사업장에서 일어난 재해의 현저한 급증이다. 줄어들지는 못할망정 왜 이토록 증가하는 것일까?
 재해는 다발하는 사업장에서 더욱 증가하고 일어난 사업장에서 반복하여 발생하고 있다. 겪을 만큼 겪었으면 같은 잘못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텐데,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던 작업자들이 같은 원인으로 같은 사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인명을 경시하고 "설마"하는 요행을 기다리는 안전 부재의 질곡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어도 "괜찮습니다", "이상하지 않는가"해도 "괜찮아요"다. 모두가 괜찮다는 것이다. 결국 "이 회사의 안전은 적당하게 돌아가는구나"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다. "괜찮아요"는 "부정확"하고, "비합리"적인 애매함을 시인하는 타협의 말이다. 그 타협이 일상이 되었다.
 결국 사고까지도 "괜찮은 일"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대단히 큰일이다. 기본적인 작업 규율이 무시되고, 과정이 누락되면서 안전관리도 대충, 모든 일들을 적당하게 하는 일상의 관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사고는 지극히 적은 확률에 의해 발생한다. 한 건 사망사고의 경우 29건의 중상이 반복되었을 때 일어나고, 중상 29건이 발생할 때에는 300건의 경상이 반복되었음을 뜻한다. 300건 경상의 저변에는 헤아릴 수 없는 "앗차사고"가 중복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 그토록 적은 확률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다시금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사고의 개념이 아니다. 이는 그 기업의 토양을 의심해야 하고, 안전관리 자체의 존재 유무를 점검해야 한다. 토양이 그렇게 척박하고 안전관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안전담당 중역 한 사람의 옷을 벗긴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이는 마치, 씨앗을 뿌려놓고 새싹일 때 뽑아버리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안전관리를 하려고 한다면 지난 잘못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다치는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놓기 위해 그 기업의 책임자들이 몸 담고 있는 기업내부의 문화를 바꾸는데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 질서를 깨뜨리고 무엇이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인지를 알아서 몇십만분의 일, 또는 몇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나타나는 사고들이 왜 그리도 자주 일어나는 것인지를 알아내야만 한다.
 인명을 경시하고 안전을 능멸하며 이익추구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던 것은 아닌지, 사고는 불가항력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포기하였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하여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떤 회사에서 뜻하지 않았던 사망사고가 작업중에 일어났다. 관리부서 본부장이 사망자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의 영안실을 찾아 망연자실하고 있는 미망인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어린 젖먹이를 안고있던 그 부인은, "회사는 몇 명이나 일하고 있나요?"라고 물은 뒤 "1만여명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는 대답에 "회사는 1만명중에 1명을 잃으셨군요. 저와 이 젖먹이 아이는 1명 밖에 없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미망인의 울먹이는 항의에 전율의 충격을 받고 돌아온 이 본부장은 다시금 작업자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생명존중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돌아오는 즉시 전사적 "제로재운동"을 벌이게 되었으니 그것이 일본의 "스미또모"금속이요, 오늘날 기업들마다 보급되고 있는 "무재해운동"의 시작이 되었다.
 이제 붉디붉은 동백꽃이 지기 전에, 얼음장 속에 굳어 있던 매화가 피기 전에 자신을 가다듬고 반성하는 일부터 거기서부터 안전을 시작하자. sbs4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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