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절대고독〉, 1970)

 

 일반적으로 한국 문학에서의 아버지는 식민지 하에서 민족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폭탄을 만드는" "굳센 사람", "바람과 같이"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영웅", 서슬이 푸른 독재 정권에 항거하다가 "감옥을 지키는" 붉은 눈빛의 일그러진 얼굴, 아니면 가부장적 가족제도 하에서의 권위주의적인 근엄한 모습이다. 이 시에서의 아버지는 전혀 다르다.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포근함,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하는" 자상함, 그리고 자식의 올바른 성장과 순수한 삶("깨끗한 피")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희생("아버지의 때")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어머니이다. 이 시를 다시 써본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된다." 조한용 우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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