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3고"바람에 내수회복 지연 수출경쟁력 약화 비상

지난 연말부터 들썩이기 시작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급속한 원화절상 추세까지 겹쳐 이른바 "신3고" 현상으로 국내 경제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본보는 "신3고" 현상이 울산지역 산업에 미치는 여파와 지역경제 파급 영향을 △(상)철강재 가격 폭등 △(중)원화절상 △(하)유가 급등 등 3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주)
 
"두세달 사이에 고철가격이 크게 올라 시중에서 고철이나 잡철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동안 고철을 많이 잡아놨던 업자들은 한몫 봤을 겁니다."
 고철과 폐철 수집업을 하는 S자원 전모 사장의 말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현상은 폐기물 수집상들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됐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경인지역과 영남지역을 대상으로 벌인 현장조사에서도 수집상과 중간상들이 평소보다 30~40%나 많은 고철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달 중 전국적인 단속반을 편성해 고철 사재기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한국수입업협회가 발표한 1월 원자재가격지수인 코이마(KOIMA)는 131.61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보다 6.3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95년 처음 지수를 만든 이후 최고치다. 지나치게 오른 것도 문제지만 상승폭과 속도가 너무 빠르고 크다는데 더 심각성이 있다. 서너달 사이에 20%포인트 이상 뛰었다.
 지난해 평균 수입가격이 165달러였던 수입고철도 지난해 4분기에 t당 217달러를 기록하더니 1월에는 270달러, 이달 들어 330달러로 급상승했다.
 
 중국경제 고도성장이 원자재 대란 불러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중국 경제 때문이다. 수년째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전세계 원자재 수급량의 40% 가량을 가져가고 있다. 이는 원자재 품귀 현상을 불렀고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인상의 도화선이 됐다. 앞으로도 중국 경제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어 원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난은 당분간 진정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입품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내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원자재 가격이 최고치에 올라 있어 더 이상 크게 오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면서 "지금처럼 원자재가격이 지속되면 비용부담 때문에 기업은 채산성이 악화되고 물가불안으로 경제기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 고 우려했다.
 
 가격인상으로 원가부담에 수급난까지
 
 산업용 원자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철강재다. 울산지역 대표산업인 자동차, 조선산업은 철강재 사용 비중이 특히 높다.
 "현대차에서 사용되는 연간 철강규모는 185만t으로 주로 포철과 하이스코에서 80% 가량 들어오며 수입과 기타 업체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15% 수준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국내 생산물량이 달리고 있어서 당분간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현대차 원부자재관리팀 나정환 부장의 말이다.
 지난 9일 이미 판재류 가격은 평균 12% 인상됐으며 자동차용 도금강판 가격도 t당 60만9천~61만5천원으로 9% 가량 오르고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보다 물량 확보전이 더 치열한 분위기다. 자재가 없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 보다는 낫기 때문에 가격인상은 감수해야 할 입장이다.
 따라서 자동차업계는 원자재값 상승이 자동차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술혁신 등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자재 낭비 줄이고 원가절감 노력 강화
 
 자동차산업 보다도 철강재 비중이 높은 조선산업의 사정은 더 어렵다.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보다 30~40% 가량 올랐다. 후판이 선박건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선으로 철강재 가격인상은 제조원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까지 원자재 추가비용만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고철로 버려지는 철판 양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재수급 정보가 구매, 설계, 생산라인에서 공유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채산성 확보를 위해 경비억제와 원가절감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선업계는 유조선보다 후판 소요량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과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 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울산지역 산업계는 원자재 가격 오름세 심화로 원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수급난까지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초부터 발생한 이같은 악재가 수출 경쟁력 약화는 물론 자칫 침체된 내수경기 회복에도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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