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대국민 성명을 통해 세 아들의 비리연루 의혹에 따른 물의에 대해 사과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대통령은 아들 문제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통해 사건이 엄정히 처리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함께 민주당 탈당을 통해 대선의 공정한 관리 등 국정운영에만 전념하겠다는 입장도 아울러 천명했다.

 사실 김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은 이미 예상됐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홍걸씨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진전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적지않았다. 민주당 권노갑 전고문의 구속수사도 권력비리의 정리라는 의미로 이해됐다. 탈당문제만 하더라도 야당측에서 진작부터 "국면전환용"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사전공세를 벌여온 터다. 김 대통령의 이번 성명이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 될 월드컵을 앞두고 아들들 문제와 함께 각종 의혹사건들을 정리해 지방선거에 대비하면서 노무현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노태우, 김영삼 전대통령에 이어 대선전 현직 대통령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려 당을 떠나는 정치적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씁쓸한 일이나 그나마 이를 통해 정치권이 선거관리의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일 것이다. 다만 대선 직전 탈당한 전임자들과 달리 임기를 9개월이나 남겨놓고 있다는 점에서 당적 없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정공백의 장기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은 제대로 된 실천과 후속조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야만 소모적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특히 각종 의혹사건을 월드컵을 계기로 유야무야 털어버리려 한다는 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검찰수사는 투명하고도 성역없이 진행돼야 한다. 또 김 대통령의 정치중립과 선거불개입 의지가 향후 정국운영에 실질적으로 투영돼야 한다. 탈당 그 자체보다 후속조치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탈당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