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6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아들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아들 문제로 여야간 논란과 공방으로 중요한 시기에 국가 전체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음에 따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단안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박지원 비서실장이 대독한 성명에서 "저희 자식들과 몇몇 주변인사들로 인해 일어난 사회적 물의와 국민 여러분의 질책에 대해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거듭 국민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각종 게이트 의혹과 3남 홍걸씨를 비롯한 세 아들의 물의를 정리하고 새로운 국면에서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로 보이는 한편 홍업, 홍걸씨 등 아들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게이트 의혹과 아들, 주변인사들로 인한 파문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국정에 전념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검찰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며, 아들 문제 엄정처리 입장은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검찰에 구속 수감될 때부터 이미 예견돼 왔었다.

 권전고문의 구속은 단순히 개인의 비리의혹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권력 핵심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정리와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여야 대선주자간의 공정한 경쟁이라는 차원에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처지도 고려한, 민주당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바람을 일으키던 노후보의 지지도가 세 아들의 잇단 비리연루 의혹과 야당측의 공세로 인해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데 대해 김대통령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계속 보유할 경우 아들문제 의혹이 곧 노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 여야 대선후보들이 인물검증과 정책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벌이는데 장애가 될지 모른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의 탈당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월드컵 개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아들 문제 등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신재현기자 jh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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