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4차산업혁명 더욱 빨라져
기술의 변화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산업·사회 패러다임 전환에 주목을

▲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파도만 본 것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요”

영화 관상의 막바지에 주인공 내경이 바다를 바라보며 읊조린 대사다. 바람이 없다면 파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에서 수양대군의 관상은 높이 오른 파도의 한 편린일 따름이고, 바람은 조선 초 거대한 시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의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이래 한동안 수많은 이슈와 사회, 산업적 변화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마치 하나의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그것에 대해 다시 잠잠해진 듯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적 요소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5G 모바일 기술을 들 수 있겠다. 이런 기술들이 변화시키는 사회의 모습은 자율주행차, 스마트팜, 드론수송, 스마트시티, 지능로봇, 가상현실 응용 등의 산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과 사회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변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 변화의 기울기는 이전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 혁명이라고 하질 않는가.

지난 1년간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가트너 그룹이 전망하는 미래 산업 전망은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3가지 특성과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첫째는 사람중심성(People Centricity)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즈니스를 포함한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존재한다. 사람 중심적이란 그 어떠한 기술의 발달도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소 기술로 사람들의 행동을 빅데이터화 하는 행동인터넷, 프라이버시 컴퓨팅, 통합적 경험을 들고 있다.

둘째로는 지역독립성(Location Independence)이다. 전통적인 업무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부분으로 ‘회사’의 개념이 오프라인을 벗어나 온전히 온라인에서 진행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 주고 있으며, 업무로 인한 이동을 위해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에 우리의 놀라움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분산형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어디서나 운영(Anywhere Operation) 등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셋째로는 회복탄력성(Resilient Delivery)을 들 수 있는데, 경기침체, 자연재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등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발생한 업무의 마비 현상을 IT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복구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간노동의 완전한 배제를 의미하는 초자동화 기술이나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지능형 컴포저블 비즈니스, AI가 구상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생산, 구현이 가능하도록 돕는 인공지능 엔지니어링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놀라운 기술과 산업 전망은 단지 2021년 한해에 해당하는 것이다. 내년, 향후 5년후는 전망조차 어렵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는 여기에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 우리가 소위 4차산업혁명의 요소 기술에 눈을 돌리는 사이에 세상은 자율주행 운송 사회로 전환되고, 로보토피아로 바뀌고, 스마트팩토리로 변신하고 있다. 파도에 집착하는, 관상에 집중하는 탓에 바람을, 기술과 산업과 세상의 거대한 변화를, 패러다임의 전환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는 오늘이다. 기술의 변화와 혁신보다 더 큰 산업과 사회의 패러다임 시프트에 주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파도를 넘어 바람을 보는 시야를 가져야겠다.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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