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차장

울주군의회 홈페이지 내 민원 접수 창구인 ‘의회에 바란다’ 코너가 캠핑족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60여건의 글이 올라오면서다. 1건을 제외하곤 모두 신불산군립공원 야영장의 핵폭탄급 요금인상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앞서 울주군은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신불산야영장 요금을 일률적으로 1박당 2만원씩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군의회에 제출했다. 평상시 주말 1박 요금이 기존 2만5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성수기엔 평일·주말 구분없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오른다. 군의회는 오는 25일 2차 본회의에서 요금 인상안을 최종 확정한다.

야영장 수익성 개선,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수익성보다 우선해야 할 게 있다.

신불산야영장은 지난 2014년 개장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있다보니 당초 목표인 ‘전국 최고 명품 야영장’ 대열에 올라서지 못했지만 적어도 인근 부산·경남이나 대구·경북까지는 입소문을 타며 울주군의 네임 밸류를 높이고 있다.

지자체 캠핑장은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조성되다보니 비교적 저렴하게 요금이 책정된다. 투자비를 회수하고 이윤을 내야 하는 사설 캠핑장과는 다르다.

깨끗하게 관리되는 시설 역시 지자체 캠핑장이 갖는 장점이다.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사설에 비해 비교적 많은 근로자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공익 개념이 있다보니 비교적 느슨한 인력 운용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 캠핑장은 가격이 어떨까. 캠핑장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6월 주말 기준으로 가까운 양산 황산캠핑장, 부산 대저캠핑장, 경주 화랑마을을 비롯해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척 장호비치, 동해 추암오토, 강릉 연곡솔향기 등 대부분 1박당 최소 1만5000원, 최대 3만원이다. 신불산야영장의 기존 요금과 비슷하다.

신불산 야영장의 요금 인상은 또다른 나비효과를 부를 수 있다. 다른 지자체 캠핑장 역시 울주군을 따라 요금 인상을 검토하게 될 것이고, 사설 캠핑장들도 덩달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캠핑은 특정 부유층이 아닌 자녀를 둔 30~40대의 대중적인 레저활동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만약 캠핑요금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면 원터치 텐트에 그늘막 하나 들고 저렴한 지자체 캠핑장에서 하루 저녁 힐링하던 서민들은 갈곳을 잃게 된다.

지자체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과는 분명히 다르다. 같은 기준으로 수익성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울산에서 문을 닫아야 할 공공시설이 수두룩할 것이다.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붓지만 금전적으로 본전도 찾지 못하는 울주산악영화제는 말할 것도 없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짜로 지급되는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메달 또한 사라져야 할 존재가 아니겠는가.

군의회는 오랜만에 의회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궈놓은 캠핑족들의 호소를 귀담아 듣길 바란다. 울주군이 행정적인 관점에서 인상을 추진했다면 군의회는 정무적인 판단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이왕수 정치부 차장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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