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돼 울산지역 첫 진보교육감 시대를 연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취임 3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외솔회의실에서 3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은 장소부터 파격적이었다. 시교육청 프레스센터가 아닌 외솔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딱딱한 기자회견 이미지를 벗어나 ‘토크쇼’와 같은 다소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고자 한 의도도 엿보였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을 미리 받아 준비한 답변을 읽는 방식이 아닌 현장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더욱이 유튜브로 생중계까지 되는 등 이전 교육감 시절의 기자회견과는 사뭇 달랐다. 노옥희 교육감 시대의 달라진 울산교육청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지금까지 울산교육청, 또 울산교육감하면 소통부재에, 딱딱하고 권위적 이미지가 연상됐고, 거기에 부패, 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까지 각인돼 왔던게 사실이다. 역대 울산교육감 중 임기를 다 채운 교육감은 최만규(3대)·김복만(6대) 교육감 2명 뿐일 정도로, 울산교육감 역사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이마저도 재선(7대)에 성공했던 김복만 교육감은 학교공사 비리혐의로 1·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아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울산 최초의 진보교육감이자, 첫 여성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차치하고라도,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된 울산교육의 쇄신을 바라는 측면에서 노 교육감에 거는 교육가족과 시민들의 기대는 자연스레 높을 수밖에 없었다.

노 교육감은 취임 이후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차별 없는 교육 복지와 청렴 교육 정착, 공교육 내실화, 교육 혁신 등에 매진해왔다. 이 결과 교육복지와 청렴도는 전국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게 여러 지표로도 드러났다. 이에 노 교육감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초창기 하위권에서 서서히 반등해 올해 2월에는 전국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교육감은 내년 재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잃어버린 학교 일상을 회복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송철호 시장과 달리 끝내 재선 도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최근 방송사 선호도 여론조사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적절한 시기에 공식화할 것이라는게 안팎의 시각이다.

노 교육감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울산교육에는 많은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보수성향 교육단체 및 기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포괄적 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등 일부 진보적 교육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와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지지세력이자 ‘같은 편’이라고 여겼던 학교비정규직노조와의 갈등도 그에게는 적잖은 아픔이었다.

남은 임기 동안 그의 말대로 ‘학교 일상 회복’이 중요하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울산교육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보수성향의 교육단체와 진보적 노조 단체 등 여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교육가족으로 이들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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