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위원회 구성 편향성 논란에
경찰청장에 인사·감사권 위임도 문제
제도 취지에 맞게 근본적인 손질 필요

▲ 이채익 국회의원(울산 남갑)

지난 1일, 자치경찰 시대가 개막되었다. 1945년 창설이후 76년 만에 맞는 경찰의 가장 큰 변화다.

자치경찰제는 국가가 독점하던 경찰의 지휘·감독권을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갖는 제도다.

자치경찰은 지역 내 생활안전, 아동·여성·청소년 보호, 학교폭력, 성폭력예방 등 주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치안 업무를 담당한다. 자치경찰제가 뿌리내리면 행정절차 간소화는 물론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민생 치안의 문제에 정치 논리가 개입돼선 안 되지만 벌써부터 정치권력 개입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우선돼 졸속 시행됐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찰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했다. 그 결과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한다는 명목으로 자치경찰제를 서둘러 도입했다.

그러나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비판이 크다. 현재의 자치경찰제도는 지방자치경찰사무를 국가경찰인 시도경찰청장이 대신 수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원리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데다 자치경찰을 실시하는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조다. 또한 자치경찰을 운영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지자체가 맡다보니 위원회 구성에 지자체장이나 시도의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7인으로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는 각 시도 소속 합의체 행정기관으로 자치경찰 정책 수립과 인사·감사·예산 등 주요 행정사무는 물론 국가경찰 사무와 협력·조정을 총괄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자치경찰 제도의 성공적 안착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전국 시도에서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위원장 및 위원이 지자체장이나 시도의원 측근으로 임명돼 편향성 시비도 불거졌다. 울산시도 여야 합의를 깨고 민주당이 시의회 추천 2명 몫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을 싹슬이 한 민주당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도 싹슬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 위원 가운데 경찰 출신이 많아 중립성 문제도 지적됐다. 경찰 출신이 자치경찰위원회를 이끌면 과거 경찰청 지시를 받던 것과 차이가 없다.

이와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자치경찰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은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경찰 출신의 비중과 역할도 제한하는 등 국회 차원의 보완입법 추진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경찰위원회를 상대로 인사권과 감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다. 경찰청장에게 인사권과 감사권이 위임됐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기 위해선 위임된 인사권과 감사권을 지자체에 돌려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법에서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에서 특정 성(性)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16개 시도 자치경찰 위원의 80% 이상이 남성에 달하는 점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게다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달리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경우 예산부족으로 지역간 치안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우려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부족한 예산을 보조해 주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자치경찰의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더 큰 혼란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근본적인 손질이 시급하다. 자치경찰 도입의 궁극적 목적은 수사와 치안을 강화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임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이채익 국회의원(울산 남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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