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차장

롯데 일가가 울산 울주군 삼동면 대암댐 별장 일원의 국유지를 수십 년 동안 무단 점유해 사유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무단 점유가 밝혀진 직후 롯데는 군 및 한국수자원공사와 협의해 무단 점유한 부지에 화장실과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는 이른바 친수공간화 사업을 실시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협의를 주도하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친수공간화 사업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롯데는 그룹의 자산으로 친수공간화를 실시할 경우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유산 문제가 정리된 뒤 유족들이 이를 진행할 것이라며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산 분배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도록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부지 소유주인 환경부의 입장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당초 원인 제공자인 롯데에 이익을 줄 수 없다며 조경수와 잔디밭을 갈아엎는 원상복구를 지시했다가, 친수공간화 협의가 진행되고 여론이 이를 지지하자 방침을 바꿔 친수공간화 사업을 기다리기로 했다.

시일이 지나면서 뚜렷한 진척이 없자 환경부의 방침은 다시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최근 방침은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환경부는 롯데가 무단 점유 중인 별장동 국유지와 관리동 국유지의 용도를 폐지해 행정재산을 일반재산으로 전환토록 했다. 행정재산은 민간 매각이 불가능한 반면 일반재산은 공매를 통해 매각할 수 있다. 즉 롯데가 무단 점유 중인 국유지를 사들여 합법적으로 별장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환경부는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무단 점유 중인 국유지에 일부 건물과 묘지 등이 포함돼 있어 원상복구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차라리 소유권을 넘겨주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사용 목적 외에 관리 중인 행정재산은 일반재산으로 전환해 매각하는 것이 정부의 최근 방침이기는 하다. 하지만 환경부도 인정했듯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롯데가 아무런 개선책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은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태가 여기까지 진행된 것을 놓고, 군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군은 친수공간화와 관련해 롯데에 선제적인 대화 요청 없이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입장이었다. 언제까지 롯데의 움직임을 기다릴 것인지, 롯데가 친수공간화를 포기한다면 군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지적이 잇따랐던 이유다.

당초 군은 신격호 회장 별세 시 장지 문제와 관련해 롯데 측의 편의를 최대한 거들었다. 이선호 군수가 직접 조문하기도 했다. 지역 출신 경제계 거목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는지, 친수공간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속내였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와서는 결국 롯데를 이용하려다 이용만 당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암댐 주변 친수공원화는 삼동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주민들은 대암댐에 둘레길을 개설하고 롯데별장을 활용해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감안해 이제라도 주도적으로 롯데와 협상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지자체의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롯데별장 친수공간화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춘봉 사회부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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