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보건소 인근~복산사거리 인도 900m구간 점자블록
용도 다른 선형블록과 점형블록 규정 안맞게 제멋대로 설치
일부 횡단보도엔 점자블록 아예 없거나 마모돼도 교체 안해

▲ 울산 중구 중부경찰서 앞 번영로 인도 약 1.5㎞구간 점자 보도블록이 중간에 끊겨있고 점자무늬가 닳아있는 등 시각장애인들이 식별에 불편을 겪고 있다.
▲ 울산 중구 중부경찰서 앞 번영로 인도 약 1.5㎞구간 점자 보도블록이 중간에 끊겨있고 점자무늬가 닳아있는 등 시각장애인들이 식별에 불편을 겪고 있다.
울산에서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유도용 점자블록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14일 찾은 중부경찰서와 중구보건소 인근 인도. 중구보건소부터 복산사거리까지 총 1.5㎞ 인도 구간 중 900m 가량에서 시각장애인 유도를 위한 선형블록과 점형블록이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형 점자블록은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으로 나뉘는데, 점형블록은 위치 감지용으로 경고용이나 방향 전환 지시용, 선형블록은 방향 유도용으로 목적 방향까지 일자식으로 설치된다. 보행 방향을 지시하거나 보행동선을 확보·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때문에 통상 선형블록은 일자로 설치되고, 횡단보도 앞 등 위험을 알리거나 정지해야 할 때 점형블록이 설치된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이 해당 구간의 점자블록을 따라 걷는다면 “앞으로 가라”는 말과 “정지하라”는 신호를 동시에 주고 있는 셈이다.

또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일부 구간에서는 오랜 시간 방치돼 아스팔트로 덮여 있거나 무늬가 다 닳아 점자블록의 돌출점이 평평하게 된 것들도 목격됐다. 횡단보도 앞에는 꼭 설치돼야 할 점형블록이 없거나, 선형블록만 설치돼 있는 등 규정에 맞지 않는 형식상 점형블록도 확인됐다.

취재진이 실제 눈을 감고 점자블록을 걸어보니 점자블록의 돌출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열 걸음도 가지 못한 채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횡단보도 양쪽의 점형블록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점형블록의 가로 폭은 횡단보도의 폭만큼, 세로는 60㎝ 폭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총 1.5㎞ 구간에서 20개 신호등을 확인하는 동안 1곳에서는 점형블록이 아예 없었고 3~4곳은 점형표시가 닳아 없어지거나 규격에 맞지 않았다.

남현관 울산시시각장애인선교회장은 “규격에 맞지 않는 점자블록은 없는 것만도 못하다”며 “횡단보도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너무나 위험하다”고 말했다.

울산시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이 보도블록과 점자블록 등을 시공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지자체에서도 설치원칙을 숙지하고 원칙에 맞게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점검·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울산시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해 빠른 시일 내에 재시공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세홍기자·김정휘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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