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일본과 조별예선 4차전
4세트까지 ‘엎치락뒤치락’
김연경, 단일 올림픽 최초
누적 4차례 한경기 30득점

▲ 지난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구가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을 앞세워 2020 도쿄올림픽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간절하게 원하던 ‘다음 단계’에 진입했다.

세계랭킹 14위인 한국은 지난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A조 예선 4차전에서 일본(5위)을 세트 스코어 3대2(25-19 19-25 25-22 15-25 16-14)로 꺾고, 최소 조 3위 자리를 확보해 8강 진출을 확정했다.

8강행을 확정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그만큼 짜릿하고 달콤했다. 한국과 일본은 ‘라이벌’답게, 한국이 먼저 세트를 따면 일본이 추격하는 혈전을 벌였다.

김연경(30점)을 앞세운 한국과 고가 사오리(27점)와 이시카와 마유(23점) 쌍포를 보유한 일본은 치열하게 싸웠다.

5세트에서도 혈전이 이어졌다. 양효진(현대건설)의 속공으로 한국이 먼저 득점하자, 고가가 오픈 공격으로 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연경이 놀라운 기술로 대각 공격을 성공하자, 고가가 다시 오픈 공격으로 만회했다. 5세트 시소게임에서 한국이 먼저 위기를 맞았다.

9대9에서 고가가 오픈 공격을 성공했다.

김연경의 공격을 일본이 끈질긴 수비로 받아내고, 고가가 대각을 노린 퀵 오픈을 성공하면서 일본은 11대9로 달아났다.

일본은 13대12에서 이시카와의 오픈 공격으로 14대12 ‘게임 포인트’까지 만들었다. 단 1점만 내줘도, 한일전에서 패하는 상황.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영웅으로 등장했다.

박정아는 오픈 공격으로 13대14를 만들었다. 한국은 이시카와의 오픈 공격을 집중력 있는 수비로 건져냈고, 박정아가 다시 한번 날아올라 대각을 노린 공격으로 공을 코트 위에 꽂았다.

박정아는 이날 15득점을 했다.

듀스가 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으로 넘어왔다. 이시카와가 공격 범실을 하면서 한국이 15대14로 역전했고, 박정아가 공중전에서 공을 일본 진영으로 밀어 넣으면서 경기를 끝냈다.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명승부의 승자는 한국이었다. 한일전 승리는 ‘8강전 티켓’을 한국에 안겼다.

한국(14위)도 숙명의 한일전에서 승리하며 3승(1패)째를 거둬,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8월2일 세르비아전) 결과와 관계없이 3위 자리를 확보해 조 4위까지 얻는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로 올림픽 최초로 4번이나 한 경기에서 30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1일 김연경을 홈페이지에서 집중 조명했다. 김연경이 단일 올림픽에서 누적 횟수로 4차례나 30점 이상을 올렸으며 이는 역대 최초의 사례라고 소개했다.

김연경은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2012년 런던 대회 세르비아전에서 34득점, 중국전에서 32득점을 남겼다.

그는 런던 대회에서 207득점을 올려 여유 있게 득점왕에 오르고 4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여자 배구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돼 세계적인 거포로 부상했다.

김연경은 또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일본전에서도 31점을 꽂았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에서도 4경기에서 공격 득점 68점, 블로킹 8득점, 서브 2득점을 합쳐 78득점으로 이 부문 공동 3위를 달린다.

김연경은 “중요한 순간에 일본을 상대로 이겨 기쁘다”며 “마지막에 역전승했는데, 결국 팀워크였다.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했기에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들 간절한 것 같다”며 “왜 간절한지는 모르겠는데, 한일전은 많은 국민의 큰 관심을 받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고 있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 간절하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목표했던 8강 진출에 성공한 김연경은 “세르비아전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8강 상대가 정해지면 그거에 맞게 준비해서 한 번 기적을 일으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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