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안산(20·광주여대·사진)이 2020 도쿄올림픽 첫 3관왕이자 한국 선수 최초의 하계올림픽 3관왕을 결정지은 10점 만점짜리 마지막 한 발은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회자할 것 같다.

안산은 지난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엘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슛오프 단발 승부에서 눌러 혼성단체전, 여자 단체전에 이어 이번 대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대담함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안산은 ‘강심장’에서 뿜어나오는 무적의 기세로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안산은 세트 점수 3대5로 끌려가다가 5세트 두 번째 화살부터 연속 세 번 10점을 쏴 오시포바를 무너뜨렸다.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10점에 꽂아 5세트를 29대27로 따내 세트 점수 5대5로 균형을 맞췄고, 마지막 슛오프에서 먼저 10점을 뚫어 오시포바를 궁지에 몰았다.

5세트를 내줘 주도권을 빼앗긴 오시포바는 안산의 10점을 지켜본 뒤 활시위를 당겼지만, 과녁 중앙에서 한참 멀어진 8점을 쏘고 멋쩍은 듯 웃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두 발의 10점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고 마지막 10점은 메달 색깔을 결정했다.

거짓말 같은, 만화 같은 역전승이라면 더욱 뇌리에 오래 남는다.

‘할 수 있다’ 박상영(26·울산광역시청)의 신화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최대 드라마였다.

한국 스포츠 역대 기적의 뒤집기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에서 계속 혼자 되뇌던 ‘할 수 있다’란 말의 힘이 더해져 숭고한 감동을 전했다.

박상영은 당시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제자 임레(헝가리)에게 9대13으로 끌려가던 중 잠깐의 휴식 때 관중석에서 ‘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깨달음은 일순간에 찾아온다.

그는 주문을 외듯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다’를 반복했고, 10대14로 패색이 짙던 벼랑 끝에서 신들린 듯 5점을 보태 15대14로 대역전 금메달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마치 신(神)이 잠깐 박상영의 검을 쥔 듯 득점을 알리는 환희의 불빛이 5번 연속 터졌다. 1점만 더 주면 떨어지는 절벽 끝에서 박상영은 투지와 집중력으로 버텼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