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울주문화재단 ‘랜선인문학콘서트’
미술사학자로 한국미술통사 강연…연구·스토리텔링 강조
“중산리고분 오리모양토기, 울산의 문화사적 위상 알수있어”

▲ 중산리 출토 오리모양토기.

“울주 대곡천 암각화는 한반도 신석기문화의 상징입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지난 13일 서울주문화센터에서 울주문화재단의 랜선인문학콘서트에 출연했다. ‘전 문화재청장’이라는 직함보다 ‘미술사학자’로 소개된 유 청장은 울산의 역사문화에서 등장한 유적과 유물 등 여러 문화재를 ‘한국미술통사’의 시각으로 돌아봤다.

유 전 청장은 “국보로 지정된 두 기의 암각화를 나란히 보유하고 있다는 건 상당한 특혜를 받는 것과 같다”며 “세계유산등재는 시작일 뿐 역사 이외 다채로운 학문에 걸쳐 암각화를 다시 들여다보는 연구작업과 그와 별도로 의미있는 스토리텔링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암각화는 세계 곳곳에 퍼져있다. 중국 신강성을 비롯해 특히 중앙아시아쪽으로 굉장히 많다. 유 청장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등 대곡천 암각화를 중심으로 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애니미즘’으로 묶어지는 중앙아시아 및 한반도 전체 암각화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니미즘은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 영적·생명적인 것이 있으며 자연계의 여러 현상도 마찬가지라고 인식하는 세계관이다.

▲ 유홍준 미술사학자
▲ 유홍준 미술사학자

이날 특강에서는 경기도 연천군의 ‘전곡리유적’(사적268호)이 자주 등장했다. 수천수만년 전 선사의 유적지에 최첨단 소재와 혁신적인 디자인의 전곡리선사유적박물관이 건립되는 과정과 초창기 유적발견에 기여한 이들의 드라마틱한 사연에 이르기까지 유적과 관련한 소소한 것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울산의 세계유산등재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는 당부이기도 했다.

유 전 청장은 “주먹도끼·긁개·석핵 등이 출토되어 동아시아에서도 구석기공작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불러일으킨 곳인데 이는 세계고고학지도를 바꿔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구석기를 대표하는 전곡리에 이어 신석기의 대곡천 암각화 역시 고인류의 문화적인 발전과정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면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청장의 울산 들여다보기는 ‘반구대암각화’에 이어 ‘천전리각석’‘신암리 여인상’ 등을 거치며 청동기와 철기, 원삼국시대까지 이어졌다.

그 중 울산의 중산리고분과 하대유적에서 나온 ‘오리모양토기’는 당시 사람들의 정신 세계와 예술 수준을 알려주는 미술사의 흐름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이다. 오리와 닭이 조합된 듯한 신비한 새의 형상이 도기의 가장자리를 장식하는데 현재는 ‘죽은 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새’로 해석되고 있다.

유 전 청장은 “우리 발굴역사에서 처음 오리토기가 나왔을 때, 고고학자들은 이걸 인정하지 못했다. 본적이 없으니, 가짜라고 감정을 한 거다. 이후 연구를 하다보니 여기도 나왔다, 저기도 나왔다하면서 이제는 한 100마리 정도 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울산에서 나온 오리다. AD 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원삼국시대 유물인데, 나는 7000~8000년 전 암각화의 뿌리가 그렇게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울산의 문화사적 위상이 이렇게 크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청장의 특강은 유튜브채널 ‘울주문화재단 랜선인문학 콘서트’에서 다시보기 할 수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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