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던 날

 내 자리 덮어버린 축전 꽃더미서 찾아든

 전보 한 장

 읽다 말고 엎드려 울고 말았다.

 십년 동안 가슴에 눌러둔 울음

 그냥 터뜨리고 말았다.

 

 아아, 너희들이었구나!

 

 닫힌 철교문 안에서, 선생님! 선생님! 부르던 소리··· 차마 뒤돌아서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 다음에도, 언제나 나를 부르던 소리··· 내 이 길에 외로울 때,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선생님! 날 불러 일으켜세우던 그 소리··· 이젠 얼굴도 남아 있지 않은,

 너희들이었구나. 무수한 무수한 너희들이었구나!

 아이들아, 이제야 너희 곁에 돌아온, 죄많은 이 선생을 용서해주겠니? 하지만 아이들아, 못다 한 그날의 수업, 언제나 마저 할 수 있겠니?

 ··· 아이들아, 나는 이제 눈물로 다시 시작하련다. 이 눈물의 깊이 따라가면 보이는 길 그 길 따라, 끝없이 가다보면 오늘처럼, 너희와 또다시 만나게 될 그 길 따라.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창작과 비평사, 2000

 

 해직교사 생활을 청산하고 십여 년 만에 복직하면서 제자들로부터 받은 축전을 보고 그 감회를 쓴, 시인의 자화상이다. 참된 스승이 되겠다는 초심(初心)으로 몸담아왔던 교단을 떠나, 시인은 외로울 때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선생님! 선생님! 부르던 제자들의 믿음과 사랑의 힘으로 자신을 지탱시켜 왔다. 교단에 다시 돌아와 "무수한 너희들이었구나"라고 그 믿음과 사랑을 확인한다. "눈물의 깊이를 따라가면 보이는 그 길"은 제자와 다시 만나게 될 그런 길이다. 스승과 제자가 마음으로 만나는 참된 스승의 길이다. 시인은 다시 교단에 서면서 "그 길"을 따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끊임없이 정진하겠다는 앞으로의 다짐을 노래한다. 천직(天職)으로서의 교직관과 참된 스승으로서의 사도(師道)가 퇴색해 가는 오늘의 교육현실에서 이 시가 주는 감동은 더욱 깊고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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