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총선 결과를 수용하면서 "대화와 타협,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주는 대신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석을 10여석 줄였다. 그러나 정치권이 "다짐"을 정작 실천에 옮길 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솔직한 국민의 마음이다.
 정치권이 실망을 주지 않으려면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적 현안을 해결해나가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분열된 국론을 다시 모으고, 상대를 공격하던 상극·공멸의 정치를 접고, 상생·공존의 정치를 펴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는 이라크 파병, 대통령 탄핵, 핵폐기장, 민생, 경제 등 촌각을 다투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모두가 여야 지도자들이 풀어야 할 것들이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4·15민심이 탄핵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바로잡을 방법을 모색하고, 파병이나 핵폐기장 문제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섞여 있어 의견 좁히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탄핵이나 파병, 대선자금 수사 등의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서는 정작 시급한 민생이나 경제살리기의 해법찾기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아니 그 수사결과 여부에 따라 언제든 나라를 격변과 갈등으로 몰아갈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탄핵문제의 경우 헌재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내려지든 반대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가 있다는 뜻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모두 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헌재 결정 이전에 16대 국회에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철회해야 한다며 여야 정당대표자 회담을 제안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정치권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1년간은 나라 전체가 일은 하지 않고 목소리 높여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싸우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국정 주도권을 주고, 야당인 한나라당에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감시권을 준 것은 "그러한 소모전을 다시는 펴지말라"는 국민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과제는 정치권이 민의를 국정에 제대로 반영해 담아내는 일일 것이다. 17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정치권은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