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탓만 하고 개선방안이 헛구호면
노블레스 말라드가 될 확률 높아
국민의 책무로 병든 곳은 도려내야

▲ 김학선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래차연구소장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라는 말이다. 즉 부, 권력, 명성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갖게 해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회 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 로마의 귀족들은 불문율로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를 지켰다고 한다. 14세기 프랑스와 영국이 100년 전쟁을 벌였을 때는 프랑스의 부호인 피에르(Pierre)와 시장, 상인, 법률가 등 귀족 6명이 처형에 자원한 바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면 현 시대에서 노블레스는 누구를 말할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권력과 명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라면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포함시켜야 하겠다. 요즈음은 연예인들도 공인이라고 하고 스포츠 선수도 공인이라고 하는데 그 기준에는 시각이 엇갈릴 수도 있다.

요즈음 종부세라는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라고 하여 부자들에게도 도덕적 책무를 요구하는 말이 있다. 부동산을 얼마만큼 소유해야 리세스일까? 이 사람들은 모두 부잣집에서 태어나 사회의 온갖 혜택을 받은 금수저들일까? 자수성가해서 고생하며 저축해서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리세스 오블리주를 강요하는 것이 옳을까?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행정부 고위 공직자들에게 묻고 싶다. 일본에게 당하면서 소재 부품 장비를 개발해서 자립하겠다고 그렇게 자랑했으면서 왜 요소수는 못 챙기는가?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를 하면서 국가적으로 위기가 될 수 있거나 의존도가 집중된 경우에 이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지칭하여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라고 한다. 병들고 부패한 지도층을 뜻한다. 무능도 마찬가지이다. 법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사람들이 ‘쪼개기 회식’으로 방역수칙을 어기고 있지 않나. 오죽하면 고위공직자수사처를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나라가 되었는지 난감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NGO나 시민단체에서는 왜 노블리세 오블리주를 말하지 않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우리 주변에는 말로만 벌어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몸으로 일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재화를 축적하는 일이 존중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있는 빵을 여러 명이 나눠먹으려고 다투다 보면 못 먹게 되고 모두가 배고프게 되지만 빵을 더 많이 생산하는 노력을 하면 나중에는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남에게 삿대질을 할 때 손가락을 잘 보면 적어도 3개의 손가락은 나 자신을 가리킨다. 이제는 일반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에 집중하자. 남에게 삿대질 하지 말고 나 자신이 먼저 떳떳하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가지고 심판할 때 잘하면 된다.

너무도 긴 시간을 궤변에 시달려 왔다. 남의 잘못에는 엄하게 굴고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에는 너무나도 관대하다. 국가를 책임지려면 남의 잘못을 말하기 보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설득하고,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보여 국민들을 안심하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덕목일진데 남의 잘못만 탓하고 개선 방안이 구호에 그치면 추후 거짓말이 되어 노블레스 말라드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어느덧 2021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세월은 권력자도, 부자도, 일반적인 국민들에게도 공평하다. 탐진치에 빠져 세상을 떠나면서도 욕을 먹을 것인지,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생의 종착역을 맞이할 것인지 결국은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일반 시민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글로벌하게 돌아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거의 모두가 상위권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선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래차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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