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거 도전자들 상부 눈치보기 급급
공약발표엔 어정쩡…언론플레이만 열중
집권후에도 독창성·자율성 한계 불보듯

▲ 김두수 서울본부장(부국장)

“대선후보는 물론 당지도부에 ‘찍힐까’ 조심스럽다.”

6·1울산시장선거 도전자에 이름을 올린 예비주자들은 대통령선거에 가려 ‘상층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쩨쩨하게’느껴진다. 120만 울산광역시장은 명실공히 지방정부의 장이다. 시는 올해 총 예산 4조4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시·도를 뛰어넘는 초광역권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국회통과 연장선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동남권메가시티’ 시대를 앞두고 산업수도 울산의 거시적 비전 또한 가볍지 않다.

예비주자는 여야를 합쳐 대략 10명 안팎.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시장은 이미 지난해 취임 3년차를 맞아 사실상 재선도전을 선언한 상황. 선거법 현실 등의 제약으로 볼때 선거운동과 공약 등을 대놓고 공언한다는 건 적절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사정은 어떠한가? 김두겸 전 남구청장, 박대동 전 국회의원, 박맹우 전 사무총장,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 원외에다 현역 이채익, 서범수 의원 등이 출전을 검토 중에 있다.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재선 남구청장 출신인 ‘김두겸’만이 지난 6월초 공식 출마를 선언한뒤 주요 공약발표에 이어 나름 차기 시정부의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나머지 예비주자들은 시쳇말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페이스북과 밴드, ‘개인행사’ 등을 통해 언론 플레이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정치소비자인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 어떤가? 모두가 전·현직 국회의원 등 오랜 선출직 공직경험을 가진 이들이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시장통을 돌면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출마한다”고 공언한다. 사실상 ‘깜깜이’ 시장선거에 두더지 작전 스타일이다. 어떤 형태로든 공천티켓만 받으면 된다라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울산만이 아닐 것이다. 지방자치 30여년 시대다. 대선판에만 올인하는 당지도부 역시 퇴행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2017년 박근혜 정부의 탄핵으로 3·9 대선과 6·1지방선거 스케줄이 3개월 차이로 엉키면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고 예비주자들은 이미 예고된 선거스케줄을 놓고 ‘눈치만 살필 수 밖에 없다’라고 핑계가 될 순 없다.

5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20대 대선판을 보라. 지난해 초부터 전개돼온 대선판은 여야정당별 후보선출에 이어 치열한 본선대전이 치러지고 있는 작금에서도 차기 집권부의 국정운영 로드맵조차 안개국면이다. 수개월동안 매일 공개검증에 이어 쏟아내는 공약과 정책행보에도 손에 잡힌 것이 없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이런 판국에 시장선거 예비후보등록 시점(2월1일)이 사실상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예비후보등록은 본격 선거운동의 신호탄이다. 시민들의 알권리 보장으로 선택권을 높이려는 측면이 강하다. 일정 분량의 홍보물을 통해 준비된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고 검증도 받을 수 있도록 합법적 장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출마 선언조차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예비주자들에게 등록과 함께 비전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인지도 모른다. 일각에선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는데다 준비조차 안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선직후 정당별 공천작업이 속전속결 진행되더라도 본선 후보등록 시점을 감안할때 공개검증은 한달도 채 안된다는 점이다. 만18세부터 선출직 공직자 입후보 자격과 함께 16세부터 정당에 가입할 수 있기에 선거흐름 역시 매우 가파르다. 청소년 정치소비자들에게 손에 잡히는 참신한 정책과 공약은 먼나라 얘기다. 여기다 제왕적 대통령제 현실에서 후보시절부터 눈치만을 보게 된다면 시장 집권땐 ‘울산시정부’의 독창성과 자율성의 한계는 불보듯 하다.

올해 여야정당에 지원되는 선거관련 국고보조금은 총 930억원. 이 중 더불어민주당 422억원, 국민의힘 372억원 등이다. 정책선거를 통해 삶의 변화를 기대하며 돈까지 대주는 시민들은 무시하고, 대통령 후보나 당지도부의 눈치만을 살피는 ‘쩨쩨한’ 예비주자들에게 무엇으로 답할 것인지 묻고싶다.

김두수 서울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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