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발생한 북한 룡천역 대폭발사고의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25일 룡천역 폭발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161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 당국이 밝힌 사망자 수 보다 7명이 추가된 셈이다.
 외신은 이날 현재 1천300여명의 부상자 중 최소한 300명이 중태라고 현지에서 구호작업 중인 유엔 기구의 한 관리의 말을 인용, 전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2천여 채의 건물이 완파되고, 6천500여 채의 건물이 부분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약 8천명의 이재민이 임시수용소에서 구호를 받고 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직접 목격하지 않더라도 아비규환, 아수라장의 사고 현장을 짐작할만하다. 사고현장의 500m 주변은 쑥대밭이 됐고, 반경 4~5㎞ 까지 파편이 튀었다고 한다. 서방 언론은 현지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열차폭발이 일어난 주변 일대가 불바다로 변했고, 차량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울부짖는 사상자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어린이들의 피해가 극심한데, 사고 현장 부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뜻하지 않은 참사와 관련, 북한 당국이 24일 사고 내용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사례가 드물고, 국제사회의 발빠른 지원도 이례적이어서 벌써 이번 참사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내매체인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지원 소식을 전하면서 "인도주의 협조는 피해를 가시기 위한 우리 인민의 노력을 고무해주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룡천참사 구호지원 발걸음이 빨라지고, 북한동포를 돕자는 각계각층의 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은 말할 것도 없지만 30여개 국내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긴급구호물품 전달은 물론 "북한 룡천역 폭발사고 피해동포돕기운동본부"를 결성, 범국민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민간차원의 지원방안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제 곧 대한적십자사가 공중파 방송 3사와 함께 성금모금 특별생방송을 실시할 것이고, 본사를 비롯한 한국신문협회 회원사들도 26일 부터 "북한동포 돕기" 캠페인에 들어간다.
 대참사로 고통받는 북한을 돕자는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은 크면 클수록 좋다. "온정"은 나누면 나눌수록 빛이 난다. 작은 정성도 뭉치면 뭉칠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북한에는 이번 참사가 아니더라도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동포가 많다. 지난 2001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어린이 권리보호를 위한 동아시아 및 태평양지역 각료협의"에서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의 평균수명 단축, 식량·약품의 만성적인 부족, 의료체계의 붕괴 및 기아사태 등을 시인한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03년 세계 식량 불안에 대한 보고서"에서 1999~2001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는 전체 인구의 34%(약 750만명)로 90~92년의 18%, 95~99년의 32%에 비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참사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동포는 물론 평소 인간다운 생존권을 갈구해온 동포들도 함께 도울 수 있다면 그 "나눔"의 온기와 사랑은 전세계로 전파될 것이다. 필자는 특히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통일염원계층이 많은 울산지역에서 북한동포돕기에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khs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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