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3월 가장 많고 4월부터 감소
계절변화 뚜렷…기후조건과 밀접
발생건수·피해면적 가파른 상승세
탄소 다량 배출…온실효과도 증폭
자연훼손 기후변화의 중요 요인
산불조심은 탄소중립의 실천이다

▲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재작년 울산시 울주군 웅촌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큰 불로 다들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시작은 오후 2시경이었는데 금방 진화될 줄 알았던 불은 밤을 넘기며 21시간 넘게 임야 519ha를 태우고야 끝이 났다. 재산피해는 280억원 규모였고, 진화 과정에서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했으며 인근 마을 주민 수천명이 대피하는 큰 피해를 냈다. 2013년 3월에도 언양·상북 일원에서 큰 불이 났는데 거의 9년이 되어 가지만 예전의 풍성했던 숲을 찾아보기 어렵다. 울산의 산불들은 왜 일어났을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대부분은 입산자 실화나 논밭 쓰레기 소각으로 시작된다. 사람의 부주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산불의 원인을 모두 사람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두 산불 모두 3월에 매우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상태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 산불의 발생 경향을 보면 장마가 끝나는 7월에 최저를 보이다가 발생 건수가 점점 늘면서 3월에 정점을 찍고 4월부터 감소한다. 계절 변화가 뚜렷하다는 것은 산불 발생이 기상 기후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강수량의 대부분은 여름철 장마 기간에 집중되며, 여름 동안에 충분히 축적된 토양과 수목의 수분은 점차 사라지며 겨울을 거쳐 3월에 제일 건조한 상태에 도달한다. 여기에 강한 바람이 야간에까지 이어지면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즉, 산불의 시작은 사람이 했지만 끝낼지 말지는 자연이 정하는 양상이다.

우려되는 것은 울산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산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 건수와 피해면적을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발생건수에 비해 피해 면적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형산불이 최근들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 때문인가? 어떻게?

▲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산불발생 현황(산림청 2020년 산불통계연보, 2021.02).
▲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산불발생 현황(산림청 2020년 산불통계연보, 2021.02).

질문에 답하기 전에 산불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적으로 넓혀 보자. 작년 미국 서부와 캐나다에서는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이 장기간 산불로 이어졌다. 시베리아에서도 이상고온과 극심한 가뭄으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2021년 7월31일 하루 동안 발생한 전 지구적 산불의 분포를 나타낸 그림을 보면 아마존의 열대 우림과 아프리카 초원지역, 호주, 지중해 연안국, 북아메리카까지 동시 다발적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산불이 최근 들어 영구동토층이었던 시베리아와 캐나다 북부까지 고위도로 더욱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얼음과 눈이 녹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건조한 조건에서 산불이 발생하기 쉽게 변하고 있다. 2021년의 전 지구 평균기온은 라니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6위로 매우 높은 상태였다. 산불의 다양한 발생 원인으로 인해서, 특정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기후변화 때문인지 아닌지를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듯이, 최근 산불이 전 지구적으로 빈번하게 증가한다는 것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웅촌 산불이 기후변화와 무관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산불이 가져오는 나비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2021년에는 전세계 산불로 인해 17.6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2020년 잠정 온실가스 배출량 6.4억톤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양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산불이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관계를 갖는다고 제시한다. 더워진 기후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 이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더욱 증폭시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눈덮임’(snow cover)이 빨리 사라지게 되면 녹은 물이 일찍 바다로 유출되면서 대륙의 토양은 마르고 산불에 더 취약해진다. 알라스카에서 관측되는 초미세먼지 농도의 고농도사례가 최근에 느는 것은 시베리아의 산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불로 발생하는 검은 숯덩이 재는 눈과 얼음을 덮으며 용융을 더 가속화하며 북극해의 온난화를 부추긴다.

▲ 2021년 7월31일 전지구 산불 발생 현황(유럽중기예측소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
▲ 2021년 7월31일 전지구 산불 발생 현황(유럽중기예측소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

산불의 간접적인 효과도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광합성에 의해 식물에 흡수되는데,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 생물권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현저히 떨어트리며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욱 쌓이게 만든다. 산림이 복구되는 데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산불이 기후변화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인위적 온실가스 증가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정량적으로 맨 처음 제시한 사람은 스웨덴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였던 스반테 아레니우스였다. 그의 이론은 현대의 기후변화 과학의 태동을 여는 중요한 발견이었으나, 흥미롭게도 그는 기후변화로 스웨덴이 보다 온난한 기후에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낙관적인 상상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오는 양면적 특징을 과학적으로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난폭한 날씨와 자연 재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산불조심을 넘어 우리 모두 탄소중립이라는 전지구적인 과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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