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식 공약, ‘연애’ 상대로 적합
5년 ‘결혼’ 생활 실패하지 않으려면
진정성 담긴 공감능력의 후보 뽑아야

▲ 김두수 서울본부장·부국장

세계적 연애·결혼 전문가 마거릿 캔트(1942~). 그녀는 책 ‘연애와 결혼의 원칙’에서 “모든 이성들에게 호감을 받는 완벽한 이성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100명을 사로잡으려고 애쓰다간 결국 한 명도 사로잡지 못한다”고 했다. 2월초 주말. 햇볕이 내리쬐이는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 대형 유리창앞.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데이트를 하면서 작은 말다툼이 벌어졌다. 초반엔 낮은 목소리로 티격태격하다 성난 듯한 여성은 “한달 월급이 얼만데! 한마디 얘기도 없이”라며 남친을 구박하듯 했다. 당황한 남친은 “100만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카드로 6개월 긁었어!”라며 어물쩍 넘어가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랜 사귐으로 결혼까지 염두해 둔 여성은 남친에게서 고가의 핸드백 선물은 고마울지라도 카드까지 긁은 것에 못마땅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연애만으로’ 만족할 상대와 진정 ‘결혼 상대’는 무엇이 다를까. 단순 연애는 조건없는 즐거움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은행 잔고는 바닥일지라도 짜장면, 짬뽕보다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레드와인과 양질의 스테이크로 함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를 무시할 수 없는 결혼 상대자라면 생각이 다를 것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연애만으로’ 가장 선호하는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단연 ‘허경영’일 것이다. 일단 무조건 퍼줘서 좋다.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인 그는 출산수당 5000만원은 기본이다. 결혼자금 1억원, 주택자금 2억원, 18세 이상 코로나19 긴급 생계지원금 1억원도 준다. 여기다 희한한 명분까지 동원한 ‘건국수당’으로 65세이상 매월 75만원을 지급한다. ‘백마를 탄 그대’는 이미 죽은지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백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무려 2~3% 정도 이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거대 여야 주자들과 제3후보는 과연 어떠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일단 데이트 상대론 ‘괜찮아’ 보인다. 공짜로 퍼주는 것도 많고 분위기 좋은데서 술밥을 먹고보자는 심산도 깔려있다. 살림살이는 접어두고 일단 데이트 상대의 조건이라도 채우려는 선심공세로 비쳐진다. 쏟아내는 공약 역시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수백개에 이른다. 일부는 실현가능성이 높은 빛깔 좋은 상품도 있고 일정부분 미래를 담보 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남자’와 ‘윤남자’ 둘다 싫다며 ‘안남자’로 눈길을 돌리려는 이들도 현재 10% 이상이다. 대선 재수생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호감도는 최고다. 의사출신 성공한 사업가로 가족 건강도 챙기고 행복지수 역시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전력으로 볼때 ‘약혼’까지 해놓고도 중도 포기하지 않을까 미덥지 않은 이미지로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윤 두 집안에서 ‘안’에게 함께살자고 난리다. 주4일제 메뉴를 메인 상품으로 올린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놀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소는 누가 키울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대선 D-27. 아직도 25~30% 안팎이 미적거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후 내집마련은 물론 더 좋은 일자리로 삶의 질 변화와 행복에 대한 갈망은 기본이다. 여기다 시어머니와 장모의 이상한 잔소리와 시시콜콜 간섭은 안하는지, 법인카드로 소고기는 안사먹는지, 굿이나 점괘를 좋아하지는 않는지 등등 까다로운 조건도 붙어 있을 것이다.

마거릿 캔트는 말한다. 이성의 신체부위 중 가장 섹시한 곳이 ‘귀’라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이성이 자신에게 사랑에 빠지고, 진정 결혼에 골인하기를 원한다면 상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여기서 들어주는 것이란 진정성이 담긴 ‘공감능력’을 의미한다.

연애땐 물론 결혼 후에도 ‘공감능력’을 겸비한 5년 계약의 ‘더 나은 대통령’은 과연 누구일까. 각자 선택은 자유다.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1753~1821)는 전설적 명언을 남겼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이번 선거 결과가 궁금하다.

김두수 서울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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