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설문 결과

  국내 경제학자의 절반 정도가 5년 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학회가 15일 ‘경제성장’을 주제로 경제토론 설문을 진행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국내 경제학자 37명 중 18명(49%)은 정책 변화가 없을 경우 5년 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명(8%) 있었다. 이 중 안재빈 서울대 교수는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2027년께 (성장률의) 5년 이동평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5년 뒤 성장률을 ‘2%대’로 예측한 응답자는 15명(40%)이었고, 3% 이상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1명뿐이었다.

 정부 정책이 성장과 분배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33명 중 14명이 ‘성장’을 꼽았다.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98년 5.9%에서 2018년 2.1%까지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소득분배 지표는 1998년 이전의 30년과는 달리 악화했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소득분배 지표 악화는 성장률 이상으로 분배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분배 개선은 성장의 결과로 나타난다. 새로운 기술이 도래하는 상황에서 선성장-후분배 순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분배에 치중하는 정책이 오히려 분배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에 일단 성장을 추구하면서 다른 간접적인 방법으로 (분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선택지 중 ‘성장 하락과 불평등 증가를 부르는 공통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를 택한 경제학자 수도 14명이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고 민간의 역량이 늘어난 데 비해 성장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과 분배는 보완관계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적자본을 확충하고, (성장 등) 대부분을 정부보다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빈 서울대 교수와 성태윤·이영선 연세대 교수 등은 성장 하락과 불평등 증가의 공통원인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꼽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분배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명이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성장은 정부가 아니라 주로 민간이 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의 방점을 성장에 두면 건설경기 부양,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부양 등 비효율적인 성장 정책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 성장 하락추세를 이끈 주요 원인과 관련해서는 ‘인적자본의 투자 효율성 저하에 따른 유효 인적자본 형성 부진’을 택한 응답자가 9명(2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따른 민간 기업의 투자와 혁신 유인 감소(7명·19%)가 꼽혔다. 

 이외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 노동시장 경직성에 따른 생산요소 배분의 왜곡, 급격한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 관련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기업 혁신 위축 등도 성장 하락 추세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성장세를 반등시킬 가장 효과적인 정책 대응책으로는 ‘기업활동 제약 관련 규제 개혁’과 ‘창조형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재산권 보장 및 교육제도 개혁’을 제시한 학자들이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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