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기은조사> 봄호에는 "중소기업 해외진출 확대와 제조업 공동화 보고서"가 실려있다. 거래중인 중소기업 391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인데,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52.1%가 "앞으로 1~2년 이내에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29.1%가 3~5년 이내, 80.3%가 5년 이내에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응답했다.
 산업별로는 중화학업의 94.5%가 5년 이내에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대답해 경공업 64.6%보다 훨씬 높았다. 해외진출 희망국가는 중국이 69.9%로 단연 압도적이었고, 다음은 33.2%로 북한이었다. 중국진출 동기는 현지시장 개척이 55.6%, 인건비 절감이 37.5%, 노동력 확보가 35%를 나타냈다.
 위의 조사결과로 볼 때 액면 그대로 믿을 수야 없겠지만, 현재 나라경제의 풀뿌리인 중소기업들은 한국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소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98년 125건에서 2003년 1천35건으로 8.28배, 금액으로는 5천570만 달러에서 4억7천700만 달러로 8.6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것은 제조업 분야의 공동화 속도가 여타 직종에 비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기반없이 서비스업 등을 키워봤자 국가경쟁력 향상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제조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제조업 일자리의 75%를 중소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튼튼한 중소기업의 육성은 필수적이다. 시중 은행권이 개인 배드뱅크를 딴 중기 배드뱅크 설립을 공론화하고 있는 이유도 대란 위기에 휩싸여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울산지역 중소제조업의 경우 다른 대도시나 전국 평균치와 비교할 때 사업체수, 종사자수, 생산액 및 부가가치 등의 면에서 대기업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대기업의 하청·협력기업으로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속에서도 중국과 동남아사이로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기은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듯이 현지시장 개척과 인건비 절감, 노동력 확보 등이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다간 울산의 제조업을 포함해 전국의 중소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아닌지 정신을 바짝 차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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