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표백·인공강우·인공강설 등
기후재앙 예방, 지구공학 기술 실험
전지구적 규모 적용엔 기술 등 한계
국제적 합의와 윤리적 문제도 논란
실패 용납 안돼…예행연습도 불가

▲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빌 게이츠는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지구공학(geoengineering) 기술을 언급한다.

하나는 대기 상층에 인공적으로 미세한 입자를 살포하는 방법이다. 미세먼지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특성을 활용한다. 지상에서 10㎞ 이상 올라가게 되면 구름도 사라지고 고요한 성층권이 시작되는데, 이 정도 높이에서 미세먼지를 뿌려주면 태양빛을 반사하여 지표면의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치 인공적으로 화산을 폭발시키는 효과와 유사하다. 과거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사례 같이 대규모의 화산폭발은 화산재를 성층권까지 올려 보낼 수 있는데, 한번 올라간 먼지는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성층권에 수년간 머물면서 지구의 기온을 냉각시킨다.

또 하나의 방법은 구름 표백이다. 구름은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빛을 30% 이상 반사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구름입자는 중심에 먼지와 같은 응결핵이 있고 여기에 수증기들이 달라붙어 있는 구조를 갖는다. 이 구름에 소금기 있는 미세한 입자를 뿌려주게 되면 응결핵이 증가해 구름입자수가 증가하게 되고 더 하얗게 되면서 태양빛은 더 많이 반사하는 원리다.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 지구온난화를 완화시켜 보자는 지구공학 아이디어는 기후전문가들 조차도 처음 접할 때는 황당함을 느낀다. 하지만 지구공학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미국 가전회사 GE에서는 1940년대 초반부터 인공강우 연구를 지원했다. 1946년에는 빈센트 쉐퍼라는 기상학자가 미국 뉴욕주에서 비행기로 드라이아이스를 구름에 살포하여 인공 강설에 성공해 ‘스노우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는 최초의 구름조절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호주는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산호초 파괴를 완화하기 위해 바닷물을 빨아들여 대기상층으로 뿜어 올려보내는 구름표백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는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산호초 파괴를 완화하기 위해 바닷물을 빨아들여 대기상층으로 뿜어 올려보내는 구름표백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도 이러한 지구공학 연구에 적극적이다. 호주는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산호초 파괴를 완화시키기 위하여 바닷물을 빨아들여 대기 상층으로 뿜어 올려 보내는 구름표백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전 세계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수년 전부터 지원해 왔다. 미국도 과학, 공학, 의학 한림원들이 연합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공학에 대한 연구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간한 바 있다.

하지만 지구 공학이 기후재앙을 피하는 대안이 되기에는 여러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다. 아직까지 구름조절이나 인공강우는 실험 수준이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하여 미세먼지를 저감했다고는 하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며, 우리나라 기상청 또한 항공기를 이용한 인공강우 실험을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적인 사례가 보도된 바 없다.

빌 게이츠는 저서에서 인공적으로 뿌린 미세먼지가 구름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기후시스템에는 복잡한 상호작용과 되먹임 작용이 있어서, 초기의 충격이 나중에 커다란 결과로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름 물리 과정은 기후 시뮬레이션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불확실성이 높은 과정으로서 모델들 간에 일치성도 낮고 미래 예측결과도 이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구름 표백 실험중인 배 뒤편에 탑재돼 있는 해염 입자분사기.  시드니 해양과학 연구원, 
구름 표백 실험중인 배 뒤편에 탑재돼 있는 해염 입자분사기.  시드니 해양과학 연구원, 

또 하나는 윤리적인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인류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해서 기후를 이미 바꾸었기 때문에, 또 다른 화학적 방법을 통해 기후를 조절하는 것에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이뤄지는 지구공학 실험은 다르다. 한 지역의 긍정적 변화가 다른 지역에는 치명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구름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강수로 이어지고, 한 지역의 강우는 다른 지역의 가뭄을 의미한다. 지구를 이루는 물의 양은 총량 보존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문명은 물 없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물은 힘이고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햇빛도 마찬가지다. 일조량이 많은 지역은 미세먼지를 이용한 빛 반사 실험으로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예기치 못하게 큰 피해를 입는 지역이 나올 수도 있다. 빌 게이츠가 지적한 대로 실제로 지구공학 실험을 전 지구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빌 게이츠가 서술한 대로 지구공학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장기적 여정에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으며 여타 탄소중립 기술과 달리 저렴한 기술이 될 수 있다. 지구공학이 성공한다면 가난한 나라도 큰 비용 지출 없이 지구온난화 완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러한 공동의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적 합의가 중요하다. 과학기술은 지구공학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구공학에서 고려하고 있는 모든 실험 방법은 충분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만 실행을 위한 구체적 합의가 가능하다.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인간의 실험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를 대상으로 한 기술에 예행연습은 없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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