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위치한 간절곶은 한반도 내륙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2000년도 밀레니엄 해돋이 때 이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울주는 물론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국내 대표적 해맞이 명소였던 호미곶과 정동진에 가려져 그저 경치좋은 바닷가에 지나지 않았던 간절곶은 이후 전국적인 해맞이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매년 새해 첫 날이 되면 전국에서 10만명 이상의 대규모 해맞이 인파가 몰렸다. 날씨 좋은 주말에는 나들이객들로 늘 북적댄다. 각종 신문·잡지, 방송 프로그램의 단골 여행지이자, 드라마·영화·예능프로의 촬영장소로도 인기다. 간절곶 주변에는 이색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 SNS 등에서는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로도 떠오르고 있다. 간절곶은 태화강국가정원, 대왕암공원 등과 함께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울산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간절곶에는 각종 조형물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기 시작했다. 반구대암각화 기념비를 비롯해 어부상, 거북상, 울산큰애기노래비 등 간절곶과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던 조형물들이 마구잡이식으로 들어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2017년에 울주군이 대대적 정비에 나서 바닷가 주변에 설치됐던 조형물들을 한 장소에 모아 놓았다.

그런데 조형물 정비를 한 지 불과 5년도 안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울주군협의회가 간절곶공원에 느닷없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조형물과 비석을 세웠다. 이같은 사실이 본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울주군청 내부에서도 비판과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한 시민은 기사 댓글에 “진정한 평화통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네요. 누군가에게는 ‘보여주기식’ 염원비, 이름, 이런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일갈했다. 또 “개연성도 없고 생뚱맞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다”거나 “돈 쓸데가 없어서 별걸을 다 한다” “현장을 보고 왔는데 정체불명의 비석이다. 즉시 철거가 답이다” 등 기사와 SNS 등에는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더욱이 조형물 옆에 세워진 ‘평화통일염원비’라는 기념비석에 평통 자문위원 70명의 이름이 새겨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민주평통 측은 “발대식 행사 때문에 잠시 갖다놓은 것으로 행사가 끝난 뒤 치우려고 했었다”는 생뚱맞은 해명을 하며 ‘평화통일염원비’를 자진 철거했으나 정작 메인 조형물은 그대로 존치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자는 취지를 반대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절곶이 평화통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해가 안된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미적 감각을 찾기 힘든 조형물에 이름까지 새긴 기념비라니, 해맞이 명소의 정체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듯한 기이한 발상에 울주군이 예산까지 들여 지원했다니 선뜻 믿기 어렵다.

울주군은 지금이라도 간절곶과 어울리지 않는 각종 조형물들을 철거해야 한다. 간절곶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조롱거리는 되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울산의 대표 관광명소로,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마음 편히 힐링하고 즐길 수 있는 간절곶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한 깊은 고민이 정말 필요해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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