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윤 사회부 기자

기자를 하면서 처음 운전을 하게 됐다. 한동안 차 뒤편에 ‘초보운전 도로주행 연습 중, 배려 감사합니다’ 등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초보운전 스티커는 내가 처음 경험하는 도로 위 세계에서 서투름을 용서해주는 면죄부가 되어줬다. 차선 변경을 못할 때, 속도가 느릴 때 등등 ‘초보운전’ 스티커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됐다. 서툴고 실수했지만 초보란 이름으로 도로 위 많은 차들의 배려 속에서 차츰차츰 운전에 익숙해지고 실력을 기르고 있다.

입사 후 3개월 동안 내게 붙은 ‘수습기자’란 명칭은 그런 의미였다. ‘수습기자’는 나의 ‘초보운전’ 스티커가 되었다.

첫 취재였던 동해선 울산 역명 표기 미흡 지적에 관한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각 포털 사이트에 동해선 울산소재 역들이 부산광역시 역으로 오인되게 표시돼 부산 종속화를 가속시킬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다.

처음 제보 전화를 받고 막막했다. 부산의 역으로 오인되게 표시된 사실은 확인했지만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취재해야 할지 깜깜했다.

하루에 몇 번이나 같은 기관에 취재 전화를 걸었고, 괜히 혼자서 주눅이 들어 제대로 취재를 하지도 못한 채 전화가 끊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수습기자는 그러면서 배우는거라며 이해하고 조언해주던 주위의 배려 속에 포기하지 않고 며칠에 걸쳐 취재를 하고 기사를 출고할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광역시 역으로 표시되던 울산역들의 표기가 수정됐다. 그때 기자란 어떤 직업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사회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지난 3월14일, 3개월의 수습생활 끝에 탈수습을 하고 마침내 난 ‘정혜윤 기자’가 됐다. 당연히 수습기자 호칭을 뗐다고 하루아침에 내가 능숙한 프로 기자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매일 반복되는 취재 현장 속에서 처음보단 조금 더 능숙하게 취재하고, 조금 더 깊이 있게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서툴지만 지난 12월 첫 입사 때보다는 좀 더 기자다워졌다고 자부하고 싶다. 나의 서툰 3개월 수습기자 연수를 함께해줬던 모든 분들과 선배들의 배려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아울러 ‘수습기자 정혜윤’에서 ‘정혜윤 기자’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기자가 되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정혜윤 사회부 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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