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앵커’ 20일 개봉
천우희·이혜영 등 출연

▲ 영화 ‘앵커’ 스틸컷. 에이스메이커 제공
어머니는 딸에게 사랑을 퍼붓다가도 젊음을 앗아간 딸을 미워하기도 하고, 점점 자신과 닮아가는 딸을 보며 못다 이룬 자기 꿈을 대신 이뤄주기를 기대한다. 딸은 그런 어머니를 연민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과 일체화하는 모습에 부담과 미움을 동시에 느낀다.

영화 ‘앵커’는 딸 때문에 꿈을 포기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희생으로 꿈을 이루게 된 딸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모녀 관계에 숨어 있는 애증이라는 감정을 스릴러로 풀어내 두 사람 깊숙이 자리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그렸다.

‘감기’ ‘소년병’ ‘이제 난 용감해질 거야’ 등을 선보인 정지연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스타 앵커 세라(천우희 분)는 겉보기엔 모든 것을 가진 커리어우먼이다. 젊은 나이에 메인 뉴스인 ‘9시 뉴스’ 자리를 꿰찼고, 한강이 보이는 넓은 아파트에 산다. 남편은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다. 그러나 속은 열등감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기자가 아니라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큰 콤플렉스다.

세라의 아픈 곳을 가장 부지런히 찔러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 소정(이혜영)이다. 언제까지 남이 써준 글을 앵무새처럼 읽어댈 거냐고, 그러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에게 자리를 빼앗길 거라고 겁준다. 세라가 누군가로부터 살인을 예고하는 제보 전화를 받자 “이건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며 직접 취재에 나서라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세라는 결국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몸소 제보자의 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욕조에 빠져 죽어 있는 여자아이와 장롱에서 목을 맨 20대 여성 미소의 시신을 발견한다. 사건 현장에서 미소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를 마주하게 되며 그에 대한 ‘세라’의 의심 또한 깊어진다.

그즈음부터 세라는 환영인지 악몽인지 모를 기이한 현상에 시달린다. 장롱 속 목을 맨 미소의 모습이 보이고, 뉴스를 진행하다가 그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바람에 앵커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한다. 그와중에도 어머니 소정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진다.

정 감독은 “내가 딸로서 겪은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 가깝고도 멀었던 시기를 떠올려 영화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20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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