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울산 울주군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을 둘러싸고 소유주인 (주)가현산업개발과 울주군 간의 갈등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포문은 가현산업개발 측이 열었다. 가현개발 측은 지난달 27일 울주군청에서 ‘민간 사업자를 부도로 내모는 이선호 군수의 횡포를 고발한다’는 제하의 기자회견을 열고, “울주군이 부지 매수의향을 밝힌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군과 이 군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가현개발 측의 요지는 “2013년 7월에 인수 후 매년 수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견디다 못해 2017년 10월 폐업을 했고, 이후 2020년 4월에 이 군수와의 면담에서 매수의향을 최종 확인한 뒤 군수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공언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현 측은 특히 협상 과정에서 “울주군이 가격을 터무니 없이 낮춘 일방적 매수가격을 제시했고, 상호간의 감정평가 합산 대신 울주군만의 감정평가 가격을 강요하는 횡포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2~3곳의 민간업체로부터 200억원 이상 제시를 받았으나 군과의 우선 협상으로 거절했다”고도 했다. 가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울주군만 믿고 기다리다가 더 좋은 조건으로의 매도 기회를 날리게 된 셈이다.

이러자 울주군도 이례적으로 담당 과장이 직접 기자회견장을 찾아 자료와 함께 조목조목 반박 및 해명을 했다. 군은 2020년 4월초 부동산 매도 의향서 접수 시기부터 주요 추진사항을 날짜별로 상세히 적은 대응자료를 배포하고, 가현 측 대표 등과의 유선통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군이 밝힌 통화 내용에 따르면 가현 측은 “(군이) 감정평가해 180억원 이상이면 180억원에 매입, 180억원 이하이면 180억원 이하로 매입 협상이 가능한지”에 대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올해 2월과 3월 두 차례나 “수용 가능하다”고 답변했으나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고 나니 가현 측이 돌변해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군은 관련법령에 의거해 감정평가액(175억원) 이상으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매입 노력 또한 계속하겠다고 했다.

결국 가현 측이 울주군의 감정평가액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협상은 진전될 기미가 없고, 이 같은 양측의 힘겨루기와 여론전만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가현 측은 손해배상 소송은 물론 이 군수가 퇴임 하더라도 개인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 계획까지 밝혀 자칫 지리한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양측의 첨예한 갈등 속에 언양터미널 주변에 사는 주민과 상인 등 정작 군민들은 없다는 데 있다. 옛 언양터미널은 2017년 10월 폐업 이후 4년 넘게 지역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설 등 역세권 개발이 가속화 되는 시점에서 터미널 부지의 장기 방치와 이에 따른 주변 슬럼화는 서부권 개발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현 이선호 군수가 연임할 수도, 또 새로운 군수가 당선돼 취임할 수도 있다. 단체장이 누가 되더라도, 교착 상태에 빠진 옛 언양터미널 부지매입 사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 서부권 개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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