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가 지난 10일 출범했다. 윤 대통령은 사는 곳의 차이가 기회와 생활의 격차로 이어지는 불평등을 멈추고, 수도권 쏠림이 지방 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지역별 7대 공약 15개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울산의 15개 정책과제는 대부분 지역 숙원 사업이거나 울산의 미래 성장을 이끌 주요 현안들이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공약 이행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앞으로의 5년을 감안하면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윤 대통령의 지역 공약 구체화를 담당한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의 행보를 생각하면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최근 울산을 방문해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공약 이행 방안을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인수위 특위라는 한계를 감안해도 공약과 이행 방안이 별 차이가 없다 보니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용 보고회라는 시선까지 제기됐다.

특히 울산의 청년 인구 유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국립 종합대학 이전 유치에 대한 특위의 시각은 실망 그 자체였다. 일부 위원은 “윤 대통령이 공약한 것은 지역의 염원이 워낙 큰 만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약속한 것으로 선언적인 공약”이라고 표현했다. 이행은 어렵지만 지역에서 원하니 포함시켰다는 의미였다.

다른 위원은 공유대학을 거론하며 지역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미 울산은 경남과 USG+ 사업을 통해 대학 간 학생 교류 방식으로 공유대학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한 눈치였다. 김병준 특위 위원장이 백브리핑을 통해 ‘선언적 공약’ 발언은 일부 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 역시 뾰족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국립 종합대학 이전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심을 관통하는 울산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방안 역시 명확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공약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윤 대통령의 공약은 울산시가 제시한 대선 건의 과제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었던 만큼 이 자리에서는 보다 진전된 방안이 제시됐었어야 했다.

공약 이행 방안에는 시도지사의 해제 권한을 30만㎡에서 100만㎡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토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겼어야 했다. 지금도 30만㎡ 이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것은 시도지사의 권한이지만 국토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도지사의 해제 권한이 100만㎡로 확대된다 한들 여전히 국토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면 명목상 권한에 불과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부 부처별로 공약을 이행할 세부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곧 출범할 민선 8기 울산시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울산시가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이행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의 공약처럼 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유명무실해 지거나 아예 이행하지 못하고 사장될 수도 있다. 시장 공약이 아닌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시 차원의 대등이 불필요한 것은 전혀 아니다. 대통령 공약 이행은 시정 발전과 직결되는 만큼 민선 8기의 성패도 대통령 공약 이행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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