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재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울산지사 주임

“집 한 채는 어떻게든 남겨줄라고 자린고비처럼 아꼈는데, 점점 아들이랑 손주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따긴기라. 경로당 친구 말이 다 맞아. 손주 용돈이라도 넉넉하게 쥐어줘야 한 번이라도 더 온다고. 다 즈그들 줄라고 아낀긴데, 내가 잘못 생각한기라. 내가 지금 행복하고 여유가 있어야 자식들도 행복하지.”

요즘 공사를 방문하시는 어르신들께서는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니 남은 게 집 한 채라는 말씀을 자주 한다. 예전이라고 생활이 마냥 넉넉한 시절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창 일할 때는 자식들 교육도 시키고 결혼자금도 보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울산은 일자리가 많은 도시라 퇴직 후에 생활비 정도는 벌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사실이라는 자조 섞인 말씀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렇지만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많은 것이 달라졌고 별도의 노후준비가 없다보니 은행에 넣어둔 퇴직금만으로는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입고 먹는 데 들어가는 돈을 줄이다가 자꾸 오르는 물가에 더는 버티기 힘들어 주택연금 가입을 생각하시고 문의전화를 주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어르신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으면서 종신 주거를 보장하는 공적 금융상품이다. 국가가 보증하는 평생 거주, 평생 연금지급 제도인 것이다. 자가 보유자 중에서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에게 적합하며,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소유자가 사망한 후에도 별도의 연금감액이 없어 안정적인 노후설계가 가능하다. 2007년 7월 출시된 주택연금은 2021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약 9만2000여 가구가 가입했다. 총 연금지급액은 7조6785억원에 이른다.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2세, 평균 주택 가격은 3억3200만원으로 평균 월 수령액은 110만원이다.

그렇다면 내가 소유한 주택으로 매월 주택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자 부부의 연령(연소자 기준)과 주택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가입자의 연령과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60세에 주택가격 3억원인 집을 담보로 가입하는 경우 매월 약 64만원을 수령할 수 있는 반면, 같은 주택가격으로 가입 시 만 70세인 어르신의 경우는 매월 약 93만원을 받을 수 있다. 가입 후에는 주택가격이 바뀌더라도 연금액이 달라지지 않는다. 울산지역의 경우 올 상반기 주택가격 상승이 정체를 보이면서 주택연금 가입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종종 주택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이 길어져 향후 공사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담보주택의 가치를 초과해서 자녀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어르신도 있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부부 모두 사망 후 상환시점이 도래하면 주택 가격과 연금수령액에 이자와 보증료를 합한 보증잔액을 비교해 초과했으면 차액은 국가가 부담하고 적으면 잔여 금액을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당당한 노후를 보장해주는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주택연금은 출시 이후 가입대상 주택 및 가입연령 확대, 이용기간 도중 담보주택변경(이사) 허용, 선순위 대출 상환용 개별 인출금 한도 증액 등 지속해서 가입요건을 완화, 꾸준히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주택소유자 사망 후 공동상속인 전원동의 등의 별도의 절차 없이 배우자로 연금 자동승계가 가능한 신탁방식 주택연금이 도입돼 호응을 얻고 있다. 신탁방식으로 가입 시에는 담보주택의 유휴공간을 임대차로 활용해 추가 소득 창출도 가능하다.

점점 늘어나는 주택연금 가입자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공사를 찾는 이유는 결국 더 나은 노후생활을 위해서란 점에서 모두 동일하다. 노년의 경제력 결여는 곧 자신감의 결여로 이어져 생활의 활기를 떨어뜨린다. 안정적인 소득이 없다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면 소유한 집에 똑같이 거주하면서도 경제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노후 생활에 안정성과 활기를 더하고 싶다면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하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재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울산지사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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