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부 전상헌 차장

6·1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달했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울산 시장 후보들의 공약 중 유난히 원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분야가 있다. 바로 문화예술 분야 관련 공약이다. 원론은 고사하고 문화예술 분야 공약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급조한 공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예상은 했지만, 이번에도 각 캠프의 문화예술 분야 공약 리스트는 몇몇 사항을 제외하곤 가장 중요한 문화도시로의 발전 전략을 제시하기보다 유권자에 어필하는 득표전략 아이템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시민을 위한 문화 사업 공약과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관광지로 활성화 방안, 교육시설 늘리기 등으로 공약도 뒤섞여 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후보들의 공약은 너무 급하게 준비한 티가 역력하다. 게다가 광역단체장의 공약이라 하기엔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어 폐기한 사업도 다시 가지고 나와 ‘옛것’을 너무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자생적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 문화예술 분야 전문 인재·인프라 육성 등의 두루뭉술한 공약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미술관을 추가로 세우거나, 국제적인 공연장을 짓는다거나, 거점센터로 문화 확충을 한다는 것은 짧은 내용이면 충분하다. 그보다 도시문화 본연의 정책에 관해, 예술진흥에 대해 좀 더 구체안을 이제라도 밝혀주면 좋겠다.

나아가 압축성장이 있을 수 없는 문화 성장을 위해 후보 개인의 문화관과 문화생활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 무엇을 읽고 자랐으며, 어떤 장르의 예술을 좋아하고, 성인이 된 이후로 어떤 문화생활을 취미 삼아 해왔는지 궁금하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 년의 임기를 이어가는 단체장의 문화 마인드에 따라 울산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혹자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로 더욱 심각해진 경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한가롭게 문화생활이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문화예술 분야 논의가 더 활발해야 할 중요한 이유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열리는 축제나 공연마다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을 치유하는데 문화가 일조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일상생활 주변에서 문화를 즐기려는 시민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누구나 행복한 도시’ ‘살고 싶게 만드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 후보들의 공약 사항에 있는 문화시설 확충은 필요하다. 상상력과 창의력 넘치는 미래 문화예술 인재를 키워낼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나열한 공약만으로는 일거리가 줄고, 문화 인프라까지 부족한 울산에서 청년층의 탈 울산을 재촉할 뿐이다.

시설 인프라 위주가 아닌 실제 즐길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제시하길 바란다. 나아가 울산은 반구대암각화군은 물론, 역사 문화적으로 보존해야 할 유산이 많다. 이를 지키고 보존할 방안도 알려주길 바란다. 여기에 앞으로 쏟아질 ‘베이비부머’ 베테랑 산업인력이 울산에 머물며 즐길 문화예술 콘텐츠 발굴과 이들을 활용한 산업문화 발전 방안도 제시했으면 한다.

문화부 전상헌 차장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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