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지난 2016년 1월 경기도 이천의 모 고등학교의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 의해 촬영돼 SNS 등으로 급속도록 확산됐던 ‘매맞는 기간제 교사’ 사건은 당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영상에서는 1학년 남학생 5명이 30대 남자 기간제 교사에게 침을 뱉고 입에 담기 힘든 거친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담겼다. 심지어 “그만하라”는 선생님의 말을 무시한 채 선생님의 머리를 치고, 빗자루로 때리는 폭력까지 가했다.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은 말리기는커녕, ‘매 맞는’ 선생님을 비웃으며 이를 촬영해 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 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최근 울산에서 한 고교생이 50대 여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 현장의 교권 침해 등 추락한 교권이 다시금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을 지적하자 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이 사건으로 해당 교사는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번 교사 폭행사건으로 울산 교육계도 충격에 휩싸였고, 추락하는 교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의 한 고등학교 부장교사는 “수업 중에 학생이 다리를 꼬고 있거나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 오는 것을 지적하면 ‘제가 뭘 잘못했어요?’ ‘발이 불편해서 신는데 왜요?’라고 한다. 심지어 대드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 지도하기가 갈수록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교사들은 “체벌이 금지되고 상벌점도 유명무실해지면서 사실상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는 통제수단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생들의 인권은 강화되고 있는데, 교사들의 교권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성토하며 한 숨을 내쉬고 있다.

교육부는 ‘매맞는 교사’ 등 교권 추락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2017년에 전국 모든 시도교육청에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설립하고, 2018년에는 한국교총과 함께 ‘교권 침해 대응 통합 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하는 등 교권보호에 나섰으나, 일선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교사들의 체감 교권은 오히려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실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사 상해·폭행 등 교권 침해 사례는 줄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울산만 하더라도 교사 상해·폭행 사건은 2017년 116건에서 2019년 248건, 2021년 239건 등 해마다 100여건에서 200여건 가량 발생하고 있고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교권이 추락하면서 정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나는 지역의 교원도 크게 늘고 있다. 울산에서 명퇴 교원은 2017년 91명에서 2020년 153명, 2021년 167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140명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한때는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고 했으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이제는 ‘스승의 날’ 대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학생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권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고 보호 받아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다시는 이러한 교사 폭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권 보호 대책은 물론 학생 인성교육 강화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가 아닌 ‘스승’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스승 존경 풍토 조성이 절실해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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