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갑자기 늘어난 예산에 학교는 비명

작년부터 학교예산 크게 늘자
불필요 논란 공사 다수 진행 등
기한 내 돈 쓰느라 학교 골머리
행정실 직원 업무과중 호소도

울산시교육청 / 자료사진
울산시교육청 / 자료사진

울산시교육청의 예산 쓰임새 등 교육재정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함께 목적사업비 등 학교로 내려가는 예산이 크게 늘면서 일선 학교 행정직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 호소와 불필요한 예산 낭비성 사례도 지적되고 있다. 본보는 울산 교육재정의 현실과 문제점, 바람직한 개선방안 등을 모색해보는 기획물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환경개선 명목 멀쩡한 교실 교체

울산 중구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2월초 2000여만원을 들여 기존 1층에 있던 교장실을 2층으로 옮기고 교무실도 리모델링해 재배치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학교 내 낙후된 시설의 보수가 필요한 곳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멀쩡한 교장실을 교실로 사용되던 2층으로 옮긴 것에 대해 당시 학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또 울주군의 한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앞서 작년 하반기에 멀쩡한 교문을 새로운 교문으로 교체해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의아함을 자아내게 하는 등 작년과 올 들어 울산 일선 학교 현장 곳곳에서 환경개선 명목으로 각종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낙후된 시설의 환경개선 등 필요한 공사도 있으나, 굳이 안해도 되는 공사도 상당수 실시됐거나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울산의 모 학교 관계자는 “멀쩡한 1학년 교실을 다 뜯어내고 환경을 개선하라며, 학급별로 2000만~3000만원의 예산을 학교에 교부했다”며 “학교별로 특색있게 꾸미라는 명목하에 사실상 예산 낭비가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또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사업을 발주하고 입찰을 하게 되면 싼 가격에 공사를 할 수 있음에도 학교에 직접 돈을 내려주어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업무에 행정실 직원 불만

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 아이 교육에 직접 투자 예산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학교 환경개선에 우선 투자한 것”이라며 “모든 물품은 내구연한이 있어 이를 근거로 교체를 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또 “학교시설공사 등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학교시설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한 소규모 공사 발주와 공사계약 컨설팅, 설계용역 발주방법, 과업지시서 게시 등의 업무 지원을 하고 있다”며 “과거부터 학교 환경개선 등의 소규모 공사 업무를 학교 행정실이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책걸상 구입비를 비롯해 전자칠판 설치 및 교체, 컴퓨터실·음악실·화장실 환경개선 등 각종 환경개선과 물품 구입 명목으로 학교에 많은 돈이 내려가고 있고, 이에 학교 행정실 직원들은 늘어난 업무에 불만과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코로나 일상 회복 명목으로 학급당 100만원씩 총 58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학교에 내려보낸 바 있다.

갑작스레 돈이 내려가면서 학교와 학급마다 기한 내 돈을 쓰느라 골머리를 앓았고, 이에 일부 학급에서는 피자를 사 먹거나 반 티셔츠를 맞추는 등 당초 목적과는 배치되는 사용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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