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향후 울산의 4년을 이끌 민선 8기 출범이 불과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울산은 6·1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남구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하게 됐다. 이에 당선인들은 지난주부터 일제히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당선인들은 인수위를 중심으로 민선 7기에서 역점 추진했던 사업을 계속 진행할지, 민선 8기 공약 사업은 어떻게 이행할지 등을 진단하고 있다. 일부 인수위는 업무 파악에 집중하는가 하면, 일부는 벌써부터 민선 7기 역점 사업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들어갈 정도로 속도를 내는 곳도 있다.

단체장의 얼굴이 급격하게 변하지만 모두 단체장을 역임했거나 의회 경험이 풍부한 만큼 행정 초보가 많았던 민선 7기 출범 당시와는 조금 다른 모양새다. 그럼에도 관가의 긴장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사와 관련된 일부 우려도 존재하지만, 오랜 기간 집중해 오던 업무의 연속성에 대한 걱정이 무엇보다 크다.

이는 새 단체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예산 상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공약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 집행부가 추진하던 사업을 모두 끌고 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민선 7기가 울산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이때 ‘늘공’(늘상 공무원)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취임 초기 늘공들은 바싹 몸을 낮추고 있지만, 현안 사업에 대해서만큼은 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새 단체장의 입맛에 맞지 않지만 울산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판단이 들면 직언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통상 취임 초기 정책은 당선인의 측근인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주도하게 된다. 당선인과 정치 철학을 공유했고 공약 수립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공약을 직접 이행하게 될 늘공을 배제하고서는 정상적인 추진이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선 7기 출범 당시 한 기초지자체 사무관은 단체장의 역점 공약 사업 추진에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수차례 설득에도 단체장의 입장이 확고하자 이후에는 사업의 성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지휘했다. 조만간 결실을 앞두고 있는 이 사업은 민선 7기 해당 지자체의 치적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렇듯 늘공의 직언은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대부분 조직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권 초반 정책 집행에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정 선에서 벗어날 경우 후반에는 시정 목표 자체가 표류할 위험이 커진다. 취임 초기부터 사감에 치우치지 않는 늘공의 목소리를 건전한 자극으로 받아들여 귀를 기울인다면 향후 행정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선 8기 단체장들의 풍부한 행정 경험은 때론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식의 자만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최소 4년에서 8년 이상 현장을 떠났던 만큼 그동안 바뀐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민선 8기의 성공은 울산의 성공과도 직결된다. 늘공의 쓴 소리도 귀담아 듣는 민선 8기가 되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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