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본인도 모르는 어느 사이엔가 바짝 가까이 와 있게 마련이다. 우연하게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라 위기상황임을 깨닫게 되면 때는 이미 늦다. 방심한 울산은 언제부턴가 바로 그런 총체적인 위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선 기업의 탈울산이 그렇다. 울산을 떠받치고 있는 전략산업인 중공업이 공장부지를 찾아 담너머 이웃집을 넘어다 보기 시작했고, 일부는 이미 남의 땅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새 식구를 맞이한 이웃들은 잘 왔다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울산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오토밸리 또한 자꾸만 공허하게 들린다. 경기도와 서해안을 연결하는 자동차 벨트쪽에는 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줄을 이어 진입하고 있지만 울산은 메아리만 울려나올 뿐 눈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오토밸리로 오라고 외쳐 대지만 별 메리트가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한결같은 분위기다.
 여기다 석유화학단지에서도 너도나도 중국으로, 동남아시아로 떠나고 남은 시설은 갈수록 노후화돼가고 있다. 가끔씩 대형 폭발사고만 난다.
 이런 때문인지 인구도 늘지 않는다. 광역시 승격 이후 자연 증가율에도 못미치는 겨우 7만명이 늘었다. 이름만 광역시지 주변 위성 도시의 인구를 흡수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주, 양산 등지로 기업체를 뺏기고 있다. 인구가 늘지 않으니 도시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노사분규, 고임금, 비싼 땅값, 뒤떨어진 행정서비스". 위기상황을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숙제가 쌓여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풀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어느 사이이엔가 발을 딛게 된 깊고 넓은 늪지의 한 가운데서 울산이 어떻게 헤쳐나올지 이를 보는 일반 시민들조차 어깨가 무겁다. jmle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