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역할 갈수록 커지면서
인간 일자리 감소 우려 이슈화
로봇세 부과 찬반공방 뜨거워

▲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인간 사회 여러 곳에 날로 진화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GS리테일이 올해 5월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GS25 편의점에 AI 배달 로봇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통해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자율주행 방식으로 사무실까지 주문한 상품을 직접 배달한다. 미국 딜리전트 로보틱스가 만든 간호 로봇 ‘목시’는 병원에서 간호 인력을 도와 각 병실을 돌며 소모품을 수집하거나 혈액 샘플을 지정된 장소로 옮기는 등의 잡다한 일을 하는 동안, 간호사들은 더 많은 시간을 환자에게 집중한다. 일본 다이와하우스는 귀여운 바다표범 모양의 로봇 ‘파로’를 개발해 독거노인과 같은 외로운 이들이 쓰다듬거나 말을 걸면 파로가 이를 인지해 상황에 어울리는 응답을 하거나 눈을 움직인다. 지구와 4억7000만㎞ 떨어진 화성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 중인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와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도 로봇들이다.

이처럼 인간이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묵직한 로봇팔이 공장 생산라인을 바삐 오가며 물건을 포장하고 옮기는 것이 지금까지의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로봇은 더 이상 산업 현장의 자동화 장비로서의 기계 뭉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음식을 나르고, 커피를 제조하고, 환자를 간호하고, 과일을 재배한다. 물론 이 역시 수년 전부터 봐온 장면이긴 하나 요즘처럼 인간과 로봇의 공생(共生) 시도가 적극적이었던 적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이슈는 기술 발전과 함께 로봇의 역할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술진보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기에 새로운 기계 또는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 감소로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전환기의 일시적인 침체는 있을지언정,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생각했던 대량 실업의 사태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로봇세는 기업의 로봇 활용과 보유에 세금을 부여하는 것으로 로봇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의미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로봇의 노동으로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로봇세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알리바바 전 회장 마윈은 “미래의 일자리는 줄어든 만큼 AI와 산업혁명에 필요한 직업들이 더 생겨날 것이다”고 말했다. “컴퓨터 산업의 발전이 더 많은 고용을 이끌어낸 것처럼 로봇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할 수 있음에도 로봇세 부과는 이런 일자리 증가 기회를 더디게 할 것”이라고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베이슨은 주장하였다. 이렇듯 반대 측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이 로봇이 아니며, 로봇을 ‘관리’ ‘경영’하는 등의 새로운 일자리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데, 로봇세가 부과된다면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로봇 관련 첨단 기술발전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로봇세’ 부과의 부당성을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할 수 있어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많은 기업 지도자들이 로봇세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빌 게이츠는, “기술을 통해 노동이 사라진다고 해서 돈을 벌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로봇 사용자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봇세를 거둬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로봇세를 도입하는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로봇의 도입이 기업의 노동수요 감소를 일부 유발하였으나, 근로자의 증가 역시 유발한 것으로, 이는 로봇 도입이 고용을 악화시켰다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현상과는 서로 다른 양상이라고 한다. 로봇 구매시 발생하는 로봇 구매비에 로봇세까지 부과 시 기업의 부담이 증가함은 물론, 로보틱 사업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에게 장벽이 되어 이는 곧 국가 경쟁력 저하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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