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지난 1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다시 시작했다. 노 교육감은 사상 첫 진보와 보수성향 후보간 일대일 맞대결 구도로 치러진 이번 울산교육감 선거에서 55.03%의 득표율로 보수단일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방선거 3개월 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정권 탈환에 성공하며 그 여파로 지선에서도 ‘윤풍(尹風)’이 거세게 불어 쉽지 않은 선거가 예상됐으나, 그는 인지도와 인물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시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울산교육청 첫 진보교육감이자 첫 여성교육감 타이틀에 이어 연임에 성공한 첫 여성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하지만 달라진 정치적·행정적 환경으로 ‘2기 노옥희호’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교육가족의 시선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1기 때인 지난 4년은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더불어민주당이 울산시를 비롯해 5개 구·군과 지방의회까지 장악해 노 교육감이 각종 진보적 교육정책 등을 펼치는데 있어 큰 마찰이나 문제가 없었던 것과 달리, 민선 8기는 시와 5개 구·군, 지방의회까지 국민의힘이 다시 석권하면서 4년전과는 정치적·행정적 환경이 달라져 사안에 따라 마찰이 불가피하는 등 갈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울산교육청은 연간 2조원이 넘는 예산의 약 16% 가량을 울산시로부터 받는 법정전입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학교 무상급식은 5개 구·군과 분담비율을 나눠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시행하고 있고,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울산형 혁신교육지구인 ‘서로나눔교육지구’와 현재 추진 중인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등 교육행정을 펼치는데 울산시는 물론 5개 구·군과와의 공조와 협치 없이 교육청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가 예산안과 조례안 제정 등에 있어 협조를 하지 않게 되면 번번이 발목을 잡힐 수 밖에 없다. 지난 민선 7기 때도 시교육청은 ‘포괄적 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등 진보적 교육정책 시행을 놓고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과 수시로 대립했고, 예산 삭감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급기야 노 교육감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노 교육감은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당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시민들과 학부모가 원하는 사업에 발목을 잡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앞으로 교육정책이나 방향에 대해 기회가 될 때마다 수시로 만나는 등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자체·시의회와 협치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일부 사안에 대해 보수적인 교육정책을 시사하고, 전국 시도교육감도 4년전 진보와 보수가 13대4에서 이번에는 9대8로 구도가 바뀌는 등 여러 환경이 변하면서 ‘2기 노옥희호’의 앞날은 그리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노 교육감은 취임 일성으로 “앞으로 4년은 아이들만 바라보고 울산교육이 대한민국 공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방정부·지방의회와의 협치 속에 이러한 교육정책을 활짝 펴 나갈 수 있을지 ‘2기 노옥희호’가 시험대에 섰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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