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출발은 항상 설렌다. 첫출발이라면 그 설렘은 상상 이상이다. 넘치는 기대만큼, 두렵기도 무섭기도 하다. 출발은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례(先例)와 전례(前例)가 있었다고 해도 상황과 여건이 바뀌었다면, 완전히 새로운 길이나 다름없다.

제8대 울산광역시의회도 그와 다르지 않다. 분명 첫출발인데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과 데자뷔(deja vu)가 느껴지기에 이미 경험한 사례 같아 보일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4년 전, 6대 의회와 의회 구성을 놓고 보면 같지만, 처한 현실과 상황을 비교하면 같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6대 의회가 5대 의회를 이어 달린 것이라면, 8대 의회는 7대 의회와 전혀 다른 구성과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구분하면, 보수의 연속성에서 진보로 바뀌었다가 다시 보수로 판도가 변했다. 가치와 철학, 지향점에서 시민들이 보수의 손을 들어주고 다시 의회 주도권을 쥐여준 것이다. 본질은 의회가 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느냐에 달려있다.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첫 번째 본연의 역할이자 기능이다. 사사건건 집행부의 발목을 잡으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위임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제어하고 바른길로 인도하라는 의미이다. 정치적 목적을 같이하는 정당이 창과 방패를 모두 갖고 있으면서, 눈 감고, 귀 닫고, 입 닫는 순간, 전진이 아니라 퇴보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미루어 짐작 가능할 것이다. 내 편이라는 이유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감싸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간 무수히 경험했다.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선거라는 민심의 바다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똑똑하게 지켜봤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넘쳤다. 새로운 마음가짐 덕분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불협화음 없이 원 구성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감투를 둘러싼 자리싸움이라는 좋지 않은 과거의 실패를 단절하는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제8대 울산광역시의회의 첫걸음은 여느 의회와 달리 경쾌하게 내디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매끄러운 출발에 비해 제8대 울산광역시의회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니다. 산적한 현안이 차고 넘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코로나와 경제 위기,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의 불안감이 더 크고 높아졌다. 이에 따른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는 가뜩이나 힘든 우리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악몽 같은 IMF 사태 당시가 떠오를 만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그래서 필자와 동료 의원들은 제8대 울산광역시의회를 시민을 지키고, 울산을 살리는 민생 의회의 전진기지로 만들자는데 공감하고, 동의했다. 의사당 안에만 머물지 말고 의사당 밖으로 더 많이 나아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상임위원회 중심의 현장 활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렵고 힘들다고 회피하지 않겠다. 안 되는 것과 못 하는 것의 이유를 찾기 전에 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방법을 먼저 고민하겠다. 필자를 포함해 시민들이 권한을 위임받은 22명의 시의원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면 분명 더 나은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민생 의회를 뒷받침할 든든한 초석은 정책 의회로 거듭나는 것이다. 의원들의 정책역량을 지원할 유능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여, 집행부와 선의의 정책 경쟁을 펼치겠다. 의원과 의회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밝히겠다. 옛 속담과 달리 맑고 깨끗한 물에서 고기가 더 자랄 수 있는 것처럼, 투명 의회를 통해 의원과 의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 의원의 청렴과 도덕을 바탕으로 의회의 윤리성을 한층 더 강화하는 윤리 의회도 이번 제8대 울산광역시의회가 반드시 성과를 내놓아야 할 목표이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전반기 의회를 이끌어나가는 의장으로서 필자가 맨 앞에 서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헤쳐 나가겠다.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과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은 울산교육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도 하겠다. 기대와 바람을 충족시켜주는 제8대 울산광역시의회가 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께서도 관심과 참여를 보내주시기 바란다. 올곧게 잘하겠다.

김기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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