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민선 8기 김두겸 울산시장의 주요 공약은 ‘정치적 해법’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1호 공약인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산업·주거단지 개발부터 울산고속도로의 일반 도로 전환, 종합대학교 유치까지 울산의 숙원 사업이라고 불릴 만한 다양한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은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대단히 낮다. 특별한 묘수가 나오지 않고서는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한 편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풀기 어려운 만큼 정치력을 동원해 대통령과 정부 부처를 움직여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산은 여기에서 출발한 셈이다.

김두겸 시장은 취임 후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시도지사 간담회와 이어 열린 추경호 경제부총리와의 예산협의회에서 지역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해결을 건의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또 하나의 현안이 튀어나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야음지구 개발 사업 역시 정치적인 해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 사업은 야음근린공원이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에 포함돼 공원 시설에서 해제되면서 본격화됐고, 개발 대신 공원화를 원하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당시 진보 진영인 민선 7기 울산시와 더불어민주당은 LH의 공영 개발이 민간 주도의 난개발을 방지해 공해 차단녹지를 그나마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한 반면,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은 개발 대신 존치를 통한 공원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통상 진보 진영이 환경 보존, 보수 진영이 개발에 방점을 찍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정치적인 특이점 때문에 여야의 협력도 쉽지 않았다.

이 사업은 LH가 생태터널을 조성해 공해 차단녹지를 확보하라는 울산시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크게 요동치고 있다. LH는 시의 공론화 과정을 기다리느라 1년 이상 사업을 중단한 만큼 더 이상 협의 없이 자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업 지정권자인 국토교통부가 LH의 일방통행을 저지하면서 다행히 시와의 재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LH의 기존 스탠스를 감안하면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여론이 기대하는 출구가 정해져 있는 만큼 시가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가 국토부와 협의해 LH의 사업을 중단시키고, 이후 예산을 투입해 공원화해야 하는 것이 여론은 물론 그동안 여권의 기조인데, 이 방안은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민선 7기 역시 이 길을 알고 있었지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예산 때문에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해답은 정치력으로 찾아야 한다. 우선 국토부를 움직여 사업을 중단시키고, 이후 예산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부터 종합대학 유치까지 정치적 해법을 동원해야 할 수많은 현안이 있지만 당면한 최우선 현안은 야음지구 개발 문제다. 취임 직후부터 난제를 만났지만 이를 무난히 해결한다면 민선 8기의 정치력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정치적 해법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수사가 되지 않도록 당면한 현안 해결에 정치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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