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옥 울산 동구의회 의장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특화산업 육성정책을 펼쳐왔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지역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6·25 전쟁으로 산업시설의 80%가 파괴되고, 사회 기반과 국민의 삶의 터전이 무너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울산 동구는 이 정책의 혜택을 톡톡히 입은 도시다. 동구는 지난 1972년 현대중공업이 자리 잡은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조선업은 산업구조상 인력이 많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대규모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울산 내에서 뿐 아니라 타지역 사람들까지 동구로 몰려왔다. 인구가 증가하자 대규모 주거지가 형성되고 곳곳에 상권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현대중공업이 한마음회관, 서부구장, 현대예술관, 방어진체육공원, 현대스포츠클럽 등을 지어 동구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았다.

하지만 지역에 특정산업을 집중 육성하면 단점도 있다. 산업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특화산업이 경기변동에 따라 쇠퇴할 경우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와 부산이다. 대구의 섬유산업과 부산의 신발산업은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대표 산업으로 집중 육성됐다. 그러나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 산업들이 점차 쇠퇴하면서 해당 특화산업의 중심지였던 대구와 부산의 지역경제는 과거에 비해 침체됐다.

최근 몇 년간 울산 동구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조선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2015년 무렵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자 동구의 경제도 급속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역 상권은 무너졌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인구도 꾸준히 감소 중이다. 다행히 최근 선박 수주량이 증가하면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지만 과거의 영광을 온전히 되찾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 같은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산업구조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역경제의 안정성과 산업구조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이후 시작됐는데, 이후 수십년간 진행된 다양한 연구에서는 지역 내 산업구조의 다양성은 지역 경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성이 클수록 안정성도 커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양성이 확보되면 특정 산업이 침체되더라도 다른 산업이 노동력 일부 흡수하는 등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제8대 동구의회에서도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한 의정활동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현재 새로운 경제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관광산업이다. 지난해 9월 개통한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3개월만에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조성되자마자 동구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동구 앞바다를 건너는 해상케이블카와 짚라인이 내년 3월 조성되면 또다시 동구에 관광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광 인프라 구축의 효과가 지역 경제에 최대의 이익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체류형 관광을 위한 숙박시설 유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동구에서 숙박할 이유가 부족하다. 최근 5년 사이 울산에 새롭게 건립된 비즈니스호텔 등 신규 숙박시설은 대부분 남구에 집중됐다. 2023년에는 북구 정자동에 무려 950실 규모의 강동리조트가 건립된다. 정치권과 행정이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민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동구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 육성은 지속가능한 동구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어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따져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앞으로 동구의회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행정과 건설적인 논의를 해 나가겠다.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박경옥 울산 동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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