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생산농가 지원시설인데 시민 접근성을 이유로 부지를 바꾸다니요.” “수십억원의 혈세 낭비에다 준공 시점도 기약이 없게 됐네요.”

울산 울주군이 로컬푸드 활성화와 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울주 로컬푸드 통합지원센터’가 부지매입을 완료한 상태에서 사업부지를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팎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수십억원의 혈세 낭비에 준공도 최소 4년 이상 더 걸리게 됐는데다 변경 이유 또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비 7억원 등 총 91억6500만원을 들여 언양읍 구수리 일원 2만3306㎡ 부지에 추진 중이었던 로컬푸드 지원센터 건립사업은 당초 2020년 6월 착공, 내년 3월 준공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2018년에 부지매입도 완료했다. 부지매입비 32억9800만원 등 총 37억6800만원이 투입됐다.

군이 로컬푸드 지원센터 건립에 나선 것은 유통망 협소로 소규모 생산에 그치고 있는 로컬푸드 업계에 유통·가공망을 결합, 대량 생산에 따른 농가 소득 향상과 시민 먹거리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였다. 센터가 건립되면 농가들의 유통처가 확보되고 가공·보관도 가능해져 대량 생산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뿐 아니라, 학교 급식 등 관련 시장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돕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까지 끝냈던 이 사업은 지난해 돌연 중단됐다. 2019년 11월 울산시농수산물도매시장이 청량읍 율리로 이전하기로 확정되자, 군이 갑작스레 사업부지 변경에 나선 것이다.

군은 농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과의 연계 추진을 위해 ‘로컬푸드 통합지원센터 이전 타당성 용역’을 작년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했고, 용역결과 도매시장 인근에 설립하는 것이 농업시설 집적화에 따른 운영의 효율성과 활용도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사업부지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구수리 일원에 추진되던 사업도 전면 중단됐고, 구수리 땅도 몇 년째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

군은 사업부지 변경과 관련 “활용도와 효율성, 접근성 측면에서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했으나, 군의회와 지역 농가에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로컬푸드 지원센터가 판매 기능을 하는게 아닌 지역 생산농가의 지원시설인데, 굳이 접근성을 이유로 옮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농산물 약 80%가 서부권에서 생산되는데 사업부지 변경이 타당한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업부지가 변경돼 추진되면 새로운 부지 매입에 수십억원이 또 다시 소요되는데다, 준공 시점도 당초보다 4~5년 이상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기존 매입부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제2의 서생 영어마을’ 사태가 재연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매몰되고, 준공시점도 기약없이 늦어지게 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농가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군은 지금이라도 농민 등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수십억원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부지 변경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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