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도사 사명암에서 발견한 유리버섯.

며칠 전 환경단체 관계자와 대화를 하다가 우리는 도자기와 유리에 대해서는 관대한데 유난히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UN이 1959년부터 국제적 노력 분야와 인류 사회에 대한 기여의 주요성을 인정하기 위해 ‘유엔 세계의 해’로 지정하고 있는데 올해가 바로 ‘유리의 해’(2022 International Year of Glass)이기도 하다.

유리가 인류에게 끼친 혜택과 영향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그릇 등의 용기, 렌즈, 현미경, 망원경, 그리고 판유리 및 스테인드글라스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유리를 귀하게 여겨 신라 유적으로 경주 황남동 상감 유리구슬, 황남대총 북분 유리잔 등 다양한 형태의 유리공예가 출토되기도 하었다.

▲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유리는 다양한 용도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것이 좋을 수만은 없어 유리의 위험성·유해성도 만만치 않다. 유리섬유의 유해성은 석면의 유해성에 덜 하지 않다. 화학실험실에서 유리장치의 폭발로 크게 상처를 입은 지인이 몇이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큰 물질이다. 최근에는 강화유리가 폭발하듯 깨진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유리는 폐기하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깨진 유리의 위험성은 물론 안료 등 각종 첨가물의 용출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세상 일이 좋기만 하고 나쁘기만 하겠는가? 누구에게는 좋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나쁘기도 하고 유리든 플라스틱이든 적당히 사용하고 적절하게 폐기해야 한다.

버섯에도 유리란 말이 들어간 버섯으로 유리버섯, 유리속버섯, 유리먼지균 등이 있다. 유리버섯은 작지만 하얗고 투명한 버섯이다. 여름에 고목이나 썩은 나무에 떼를 지어 발생하는 아름다운 버섯인데, 썩어도 지저분하지도 않고 냄새도 없으며 눈에 띄지 않는다. 흔적도 없이 조용히 사라져가는 정말 아름답고 착한 ‘투명한 버섯’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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