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규 울산동부소방서장

기세등등하던 무더위도 입추(立秋)와 처서(處暑)가 지나면서 한풀 꺽이더니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올해는 여느해보다 빠른 추석에 빨간 홍시와 노란 낙엽은 볼 수 없지만, 고향에서 평안하고 안전한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간절할 것이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추석을 보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매년 추석 연휴에도 적지 않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시에서 최근 3년간(2019~2021년) 추석 연휴기간에 발생한 화재는 28건으로 1명의 인명피해와 약 1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그 중 주거시설에서 36% 화재가 발생했고, 원인으로는 부주의가 4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추석연휴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전체화재중 주거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약 30% 정도로 가장 많고, 화재로 인한 사상자 또한 약 40%로 가장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주거시설에서 인명피해가 많은 건 취약시간대인 심야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조기에 인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소방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화재 발생시 인명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분들이 명절을 앞두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물을 고민 한다. 아직까지 선물을 고르지 못했다면 이번 추석에는 고향집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하길 제안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냄비를 깜빡했더라도 연기를 감지해 경보음으로 알려주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화재초기 소방차 1대의 효과가 있는 ‘소화기’로 2012년에 법률로 설치가 의무화된 소방시설이다. 설치기준은 소화기의 경우 가구별·층별 1개 이상,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침실, 거실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을 설치하면 된다.

설치방법도 매우 쉽고 간단하다. 소화기는 거실등 잘보이는 곳에 비치하면 되고,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본체를 천장에 나사로 고정한 뒤 배터리 단자를 본체에 연결 후 뚜껑을 돌려 잠가주기만 하면 된다. 감지기 배터리의 수명은 약 10년으로 오랫동안 사용 가능하며, 오작동을 할 경우 리셋버튼만 눌러주면 되니 정말 쉽다.

혹시 설치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가까운 소방서 또는 119안전센터에 전화하여 문의하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주택용소방시설 설치 이후 주택에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용 소방시설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실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 5월 소방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전국에서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136명, 부상 983명으로 총 10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재산피해는 2719억원이 발생하였다. 이는 하루평균 112건의 화재로 인명피해는 7명, 재산피해는 18억원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사망자의 경우 2019년 206명에서 34%(70명)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거시설에서만 21명의 사망자가 감소하였다. 이는 주택용 소방시설이 본격 보급되면서 사망자 감소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인터넷 또는 가까운 대형마트, 소방용품점 등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어 고향 집 방문 전에 손쉽게 준비할 수 있다.

현금이나 건강식품, 값비싼 음식 등도 좋은 선물이지만 주택용 소방시설은 가족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언론을 통해 종종 접하는 주택화재 소식에 부모님·친지·가족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주택용 소방시설’ 이라는 ‘안전’을 선물하고 여러분들 마음속에는 정(情)과 함께 ‘안심’을 담아 오길 기대한다.

박중규 울산동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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