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주 고헌중 교사

영국 런던. 여왕의 나라, 신사의 나라, 해리포터가 탄생한 곳, 역사와 문화와 정통을 중요시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곳. 이것이 ‘영국’하면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국내 최초의 지속가능발전교육관인 울산미래교육관 설립을 위한 국외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영국 런던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곳에서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영국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겼다.

영국은 지속가능발전을 ‘현 세대와 미래 세대에 제공하는 향상된 삶의 질’로 정의하고, 20세기 말부터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국가적 과제로 정해 정부를 중심으로 해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기준을 수립해 시행해 왔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자연스럽게 주요 정책들이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녹색성장을 이루는 방향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가능발전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나라, 영국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내려 숙소로 이동하면서 본 거리의 모든 집에는 크기가 크든 작든 간에 정원이 있었다. 키 큰 나무로 담을 세웠고, 도로의 사이사이에도 곳곳에 나무와 식물들이 심겨 있었다. 런던의 중심지로 들어섰을 때도 집의 현관 앞, 좁은 공간에도 식물들이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심 속에 자리한 수많은 공원이었다. 세계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의 도심 한가운데에 80개가 넘는 공원이 있다는 것이 의아했다. 특히 대표적인 공원인 하이드 파크는 약 140만㎡의 면적으로, 인구도 많고 집값도 비싼 런던에서 단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공원보다는 집을 짓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영국은 이 공원을 절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녹지를 도시가 숨 쉬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심장으로 여기는 것이다.

런던의 도로와 건물을 둘러보면 도로는 폭이 아주 좁고 건물의 외관은 오래되었음을 눈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도시의 교통 체증이나 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도로 폭을 넓히고 건물을 재건축하면 될 텐데 세계적인 대도시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로의 폭을 넓히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도로를 넓혀서 교통이 편리해지면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교통은 더욱 혼잡해지고 공기 질은 나빠지며 이로 인해 삶이 더 불편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렸다. 대신 자전거 도로를 넓히고 보행자의 보행 통로를 확보해, 앞으로 런던 시내는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강한 거리와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도시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드러나는 도시의 표면적인 모습을 통해 그 나라의 대표적인 정책과 삶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런던의 녹지와 좁은 도로에서 영국이 지향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녹색성장의 의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원에서 햇빛을 맞으며 한낮을 즐기고, 도심 속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런던 시민들의 자연스러움을 보면서 이들의 삶 속에 이미 지속가능발전 목표(사회, 경제, 환경)가 실현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번 영국 런던 방문을 통해 가장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삶 속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노력과 실천 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영국처럼 정책으로 제시하고 실현해 구성원이 삶 속에서 실천할 때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삶 속에서 실현되려면 당연히 교육의 힘이 필요하다.

울산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울산미래교육관 설립에서도 이런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정책과 방향성이 반영되어야 하겠다. 시, 지역사회, 학교와 연계해 장·단기 프로젝트 학습을 포함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 아이들이 지속가능한 미래와 사회 변화를 위해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워 실천하게 하는 곳, ‘런던의 심장-도심 속 고집스러운 녹지공원’과 같은 미래교육관을 기대해본다.

박선주 고헌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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