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주민들을 선동해서 재단 재산 불리기 하려는 거 아닌가요.” “저 정도로 돈 없는 재단이면 문 닫는게 맞지 않을까요.”

울산지역 사립학교인 삼일여자고등학교 학교법인(울선학원)측의 계속되는 오락가락 행보에 시민들의 반응이 싸늘하고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않다. 이전·개축 얘기가 나온 지 만 2년이 지나고 있는데도 학교법인은 아직도 이전 후보지는 물론 방식을 놓고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각종 설만 난무하면서 급기야 지역의 커뮤니티 등에서는 ‘폐교’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삼일여고의 이전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020년 6~7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일여고는 교육부로부터 건물 정밀안전진단 결과 붕괴위험 수준인 D등급 통보를 받았다. 1993년 개교한 삼일여고는 건물이 노후화 돼 건물 일부 보강 필요 등으로 2019년말 실시한 정밀안전점검에서 재난위험시설로 평가됐고, 이듬해 교육부로부터 최종 D등급 확정 판정을 받았다.

삼일여고가 D등급을 받음에 따라 시교육청과 학교법인측은 TF팀을 구성해 학교 이전 신축 및 현 위치 개축 등을 포함한 협의를 진행했고, 우선적으로 2021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3년 연속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러면서 당시 학교법인측은 비용이 많이 드는 개축보다 이전 방침을 피력하면서 이때부터 삼일여고의 이전문제가 지역사회 이슈로 부각됐다.

학교법인측은 이후 작년 연말 서울의 한 재력가를 재정기여자로 선정하고 이사진도 새로이 구성하는 등 학교 이전 작업에 속도를 냈다. 올 상반기에는 학교 이전부지로 송정지구로 가닥을 잡고, LH와 송정지구 주민, 지역정치권 등과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막대한 부지매입가 문제가 발목을 잡았고, 공립학교 수준의 부지매입가를 바라는 법인측과 특혜시비 등을 우려한 LH측의 협의가 불발되면서 송정지구 이전은 없던 일이 됐다.

송정지구로의 이전이 무산되자 학교법인측은 차선책으로 꼽았던 청량읍으로 눈을 돌렸다. 청량지역 유일한 고등학교였던 세인고의 이전 및 폐교로 지역주민들의 고등학교 신설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학교 신설은 어려운 상황에서 청량읍 이전은 ‘윈윈’과도 같은 대안인 셈이었다. 청량읍으로 이전이 기정 사실화 된 듯 했으나, 학교법인측은 최근 현 위치에 잔류하는 방향으로 또 다시 입장을 선회했다. 이번에도 땅값이 문제였다. 잔류 결정 전에 법인측은 남구의 법인 소유 부지로의 이전도 검토했다.

송정지구 이전에서 청량읍으로 선회, 남구 법인 소유부지 이전, 현 위치 잔류 등 올 들어서만 수 차례 입장이 바뀐 셈이다. 법인측은 특히 잔류를 하되 개축이 아닌 보수·보강방안을 밝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수·보강은 처음에는 거론되지 않던 안이었다. 시교육청도 이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는 물론 교육부 심의도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부정적 여론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보수·보강을 통한 잔류안 마저 불발된다면 차후에는 어떤 안을 내놓을까. 법인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어떤 안을 내놓더라도 법인과 학교에 대해 잃어버린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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