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일 울산 평산초등학교 교사

방콕을 경유하여 부탄으로 향하는 중 창밖으로 그림처럼 히말라야 산맥이 보였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이곳에 위치한 나라인 부탄(Bhutan)은 울산시교육청이 공적개발원조(ODA) 교육정보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교류협력국이다.

올해 새롭게 구축된 ICT활용 시범교실의 개소식과 함께 교육정보화를 위한 국제 포럼, 현지 교원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연수를 목적으로 한 이번 방문은 교육부 및 APEC국제교육협력원(IACE) 관계자 6명과 울산광역시교육청 구외철 교육국장을 단장으로 한 우리교육청 방문단 6명이 함께 참여했다.

1인당 국민 GDP가 대한민국의 10분의 1 정도로서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많이 부족한 나라이지만 국왕 직속의 ‘국민총행복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총행복(GNH)의 철학에 기초하여 전 국민의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물질주의나 개인주의가 아닌 정신적, 공동체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나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ICT 첨단교실은 수도 팀부(Thimphu)에 위치한 데첸촐링 고등학교와 로젤링 중학교에 각각 1실씩 구축되었으며, ‘울산LEAD교사단’이 설계에 함께 참여하여 울산의 우수 사례와 교육 비전을 접목시키고자 하였다. 부탄 교육부와의 면담에서 이번 ICT 첨단교실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교육 철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현재 ICT 교육 정책인 iSherig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이번 첨단교실 사업이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부탄의 ICT 교육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였다.

우리 측 방문단과와 카르마 도르지 노동부 장관, 자이 비르 라이 교육부 장관, 왕축 남가이 국민총행복위원회 위원장 등 부탄 측 인사가 참여한 첨단교실 개소식 이후 데첸촐링 학생과 함께한 시범 수업에서 미러링 툴과 첨단교실 기자재를 활용해 수업 중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에듀테크 방법을 선보였다.

특히, 이동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부탄 학생들이 자신의 탐구 결과를 자신있게 발표하고 서로 피드백하는 모습은 모두를 감동시키고 박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비록 환경적인 부분에서 많은 부족함을 가지고 있지만 교육을 향한 열정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다음날 이어진 ICT 교육 발전을 위한 국제 포럼에서 ‘울산교육청의 ICT 교육정보화의 방향과 비전’ ‘교사공동체 활동 및 스마트 미래교실 운영 사례’ 발표는 부탄 교육관계자들에게 교육적 영감과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이후 이틀 동안 부탄 교사 40명을 대상으로 8시간 동안의 첨단교실 활용 연수가 이어졌다.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다양한 수업 방법’과 ‘아두이노를 활용한 피지컬 컴퓨팅’이라는 주제로 한국에서의 교실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 직접 활용해보는 실습까지 함께 진행되었다. 연수 내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부탄 교사들에게서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아직은 시범교실 단계로서 부탄 학교 현장의 실제적인 ICT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인프라 지원과 장기적인 ICT 교사 연수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그들의 교육 발전에 대한 열의와 적극적인 정책으로 머지않아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부탄의 교사,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비록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넉넉함을 느낄 수 있고, ‘행복’이라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교류 협력국인 부탄이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우리교육청이 추구하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에 어떠한 의미를 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김원일 울산 평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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