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동 전 국회의원

세계는 지금 물가와의 전쟁 중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3%로 나타나자 뉴욕증시 선물과 국내 주가가 일시 폭락하고 대미환율이 1400원 선까지 급등하는 등 시장이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하에서 3개월 연속 8%대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미국의 물가상승은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악순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른바 순환론이 현실화 되는데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높은 미국금리를 따라 투자금이 몰리고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원화환율이 올라가면 이는 다시 국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중에도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CPI’가 6.3% 상승한 것은 기대 인플레 심리를 자극할 소지가 커 ‘물가 안정-금리 안정-환율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기에는 요원하다.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취한 미국연방준비회의(Fed) 조치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9월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자이언트 스텝 이상의 강한 금리인상조치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일반적이다. 울트라 스텝(1%P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과잉유동성이 초래한 세계적인 물가상승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은 급기야 서방의 러시아 석유 가격 상한제 실시와 이에 맞서는 러시아의 독일 천연가스 공급 차단이라는 에너지전쟁으로 번지는 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탄탄하던 독일경제는 직격탄을 맞아 유럽은 난방용 가스공급난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당연히 국제 가스요금이 급등하고 우리나라도 가스 비축량 확보와 수입가격 상승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과 미·러 대치상황으로 중동산 원유공급의 차질이 예상되는 등 에너지 공급 부족과 가격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상승은 비용압력에 의한 인플레 요인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안전자산을 찾아가는 국제투자자금이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선호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Made in America)’정책은 유례없는 달러화 강세를 가져오면서 글로벌시장에서 각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엔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출가격이 싸지게 돼 수출 촉진과 국제수지 개선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었지만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수입가격이 그 이상 상승해 무역수지 악화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상품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도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부담 급증에 따른 결과였다.

문제는 미국 주도의 금리인상 가속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정책적 과제인데 내년까지 미국의 4%대 금리 전망이 가능한 현실에서 한·미간 금리역전 현상을 막아야 국내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2.5%인 금리의 추가 인상으로 보조를 맞추는 통화정책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과거 외환위기 극복에 참여해 본 필자는 환율 안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물가안정이 목표라면 시의적절한 금리 인상으로 물가도 잡고 환율도 안정시켜야 한다. 금융-재정-통화-외환 등 ‘정책조합(Policy Mix)’의 중요성과 통화스왑 확장을 위한 경제외교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말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유연한 금융정책과 함께 재정준칙을 통한 정부의 건전재정 회복 노력도 시급하다. 개인과 기업도 고금리에 적응하고 에너지 절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이 3고 시대를 이겨 낼 지름길이자 지혜로운 대처법이다.

박대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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