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어떤 일 하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으레 가볍게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망설일 때가 많다. ‘일’이라는 것은 적절한 보수를 받기 위해 어떤 장소에서 머리나 몸을 쓰는 활동을 말하는데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직장이나 직업군의 명칭으로 대답한다. 내가 ‘나의 일’에 대해 “사진작가입니다!” 단 한마디로 답하지 못하는 것은 일정치 않은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

본격적인 예술·경제·사회 활동을 시작한지 7년 남짓한 지금 나는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콩글리쉬)이다. 사진 분야의 문화예술교육 강사, 일반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 스튜디오의 대표(단순 사진술을 이용한 외부 촬영·컴퓨터 작업 등도 여기에 포함), 전시 기획·출력을 담당하는 작업실의 실장,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인, 그리고 직업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일상생활에서 큰 책임과 수고로움이 따르는 가정주부와 엄마의 역할까지 있다. 혹자는 능력이 좋아서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칭찬할 때도 많지만 사실 이것은 단 하나에 매진할 만큼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스스로 깨닫고 있다.

해묵은 이상이지만 모든 예술인의 꿈은 작품 활동만으로 먹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작가가 되지 못하면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에 필요한 모든 재화를 감당할 수 없다. 나 역시 전체 수익에서 직접적 예술 활동, 예컨대 작품판매·대여·아티스트피(fee)등으로부터 창출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예술이라는 장르의 노동은 기준도 가치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작가’로서 작업 요청을 받게 되면 명분과 실리를 따져보기도 전에 무엇이든 수락해 왔다.

부족한 기회와 어려운 상황에 기대할 만 한 것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나 각 지자체의 문화재단들이 작가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창작지원금은 물론 예술인 산재보험, 생활안정자금 대출, 예술인 고용보험 등 다각도의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가는 중이다. 창작활동을 매개로 최소한의 비빌 언덕이 생겼으니 능력만 있다면 예술인들이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싶다.

나 역시 울산문화재단의 ‘2022년 청년예술인 지원 사업’에 선정돼 창작활동에서의 경제적 부담을 줄인 채 연말에 있을 개인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나마 예술인으로 인정받아 사회 안전망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받아도 넉넉하다는 예술인은 없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장치를 기반으로 창작 활동만큼은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원금만으로 먼 미래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 때문에 작가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연마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제도의 마련이 신생 작가들에게 좋은 동력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직은 여러 개의 생업을 놓을 수는 없지만, 머지않은 때에 “사진작가 김지영입니다.”라고 말하는 나와 “회화작가에요.” “예술가입니다.”라고 말하는 동료들과 떳떳하게 인사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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