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훈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사)충숙공이예선생기념사업회 홍보이사

‘이예로’ 개통식이 내일로 다가왔다. 북구 중산동에서 남부순환도로까지를 연결하는 16.9㎞가 개통되는 것이다. 국도7호선 ‘이예로’는 울산의 대동맥이다. 부산 남포동을 출발한 국도7호선은 양산을 거쳐 울산을 관통한 후 경주, 포항, 강릉, 속초로 연결된다. 울산광역시장과 행정안전부장관의 고시에 의해, 그 울산 구간이 ‘이예로’, 양산 구간이 ‘통신사로’로 명명된 바 있다.

이예(李藝)는 울산 출신으로 우리 외교사에 탁월한 공적을 남긴 세종시대 외교관이며, 최초의 조선시대 통신사였다. 그는 네 차례에 걸쳐 일본 쇼군에게 파견되었는데, 그중 하나인 1428년(세종 10)에는 조선 최초로 ‘통신사’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양국 간 최초의 조약인 ‘계해약조’를 체결한 외교관이기도 하다. 외교부는 그를 ‘2010년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했다. 우리 외 교관의 산실인 국립외교원에는 조선시대 이예와 고려시대 서희의 동상이 서 있다.

근간 한일관계가 우리 정치·사회에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예로’의 개통은 우리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예의 고향인 울산이 역사적으로 한일외교와 접점을 이루는 대목이라 할까.

지난 9월1일 여의도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오찬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의 주선으로,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이창렬 전 일본삼성 사장을 포함한 5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예로’ 개통의 소식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예 기념관 건립과 이예 뮤지컬 공연 등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울산 분위기도 소개되었다.

박진 장관은 조선시대 통신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국회 한일의원연맹 조선통신사위원회의 간사장 자격으로 일본에 다녀온 것만 열 번이 넘는다. 경복궁과 일본 토교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통신사 가장행렬에서 통신사로 분장한 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 소원해진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고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이창렬 사장은 강제징용 손해배상과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등 한일 현안과 일본 재계의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한일외교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 사장은 일본삼성 및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역임했으며, 그 전에는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오래 근무했다.

이채익 의원은 울산 출신인 이예가 21세기 한일교류의 상징으로 자리잡도록 외교부가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일환으로, 일본 교토의 도시샤 대학 구내에 이예 기념비가 세워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예가 1432년에 쇼군을 만났던 저택 터가 지금은 도시샤 대학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민정 심의관은 도시샤 대학에는 시인 윤동주와 정지용의 시비도 있는 만큼, 협의가 잘 되면 그곳 지역사회와 대학에서도 호의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 장관은 “전문외교관이었던 이예 선생은 직업으로 말하면 저의 조상이라 말할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왜구의 납치로 어머니를 잃고, 통신사로 일본에 파견되어 가던 아들을 대마도 앞바다의 풍랑에 잃는 등, 가슴 아픈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잡혀간 조선인들을 데려오는 등 대일외교에 진력했던 이예를 외교관으로서 존경하며, 그의 고향인 울산을 조만간 방문해 선생의 흔적을 돌아보고 싶다는 그의 관심이 고맙게 들렸다.

필자는 월간조선 9월호를 박 장관에게 증정했다. 여기에는 필자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역사탐구, 통신사를 통해 한일관계의 답을 찾는다’가 그 제목이며, ‘한일 모두 가해자-피해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이명훈 교수)’라는 부제가 달렸다. 대등한 국력으로 교린외교를 펼쳤던 임란 이전 조선전기를 양국 외교의 복원 시점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희망, 그리고 이예처럼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는 인물을 한일외교 복원의 상징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제언이 인터뷰에 담겼다.

위대한 울산을 더 위대하게 만들 ‘이예로’의 개통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그 주인공 이예의 역사를 연결고리로 하여, 새 시대의 양국 교류 활성화에 울산이 일정 역할을 선점할 수도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명훈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사)충숙공이예선생기념사업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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