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내년 1월1일,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납세와 기부가 혼합된 제도라서 먼저 시행한 일본처럼 고향세라 불리기도 한다.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가 아닌 지역에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와 함께 3만원 상당의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13만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기부금 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원이다. 10만원을 초과한 액수는 16.5%를 공제받는다. 답례품은 기부금의 30%까지 제공할 수 있다.

인구감소와 함께 초고령지역이 된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를 열악한 재정을 보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은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이를 통해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울산도 남의 이야기라 치부할 수 없다. 산업도시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기초체력을 키우지 않았다가 사단이 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조선해양산업이 흔들리자 동구에서 한 달 만에 3만 명이 사라졌다. 노동자들이 사라진 마을은 자영업자들도 줄줄이 폐업하고 떠나갔다. 지나간 일이라고? 최근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완화법을 시행하면서 자국 생산 전기차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덕분에 미국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늘리나가던 한국기업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기차 전용공장 건립을 앞둔 울산에 영향이 없을까?

내 고향은 강원도 태백시다. “동네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희화될 만큼 생산과 소비인구가 넘치던 광업도시였다. 그러나 1989년 석탄합리화정책으로 대부분의 탄광들이 일시에 문을 닫으면서 광산을 거점으로 생활하던 경제공동체가 해체됐다. 인구 12만 명이 넘던 도시가 지금은 3만 명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 한 편에 고향을 지키지 못하고 떠난 미안함과 회한이 있다.

한편 수많은 지자체들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94일을 앞두고 대응 방안 마련에 한창이다. 울산에서는 원전과 국가산업단지 덕분에 재정자립도가 높은 울주군이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농협도 업무협의회를 개최하고 현수막을 걸었다. 반면 재정이 열악한 중구를 포함해서 다른 지자체는 반응이 없다. 답례품을 통해 수익모델 개발과 자금조달을 해야 할 대개의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이런 정책 정보를 모른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울산을 기부액 전국 꼴찌 지자체로 예측했다. 내가 봐도 그렇다. 지자체의 기초체력은 동구 사례처럼 마을경제에 기반한다. 인접한 부산이 늘 어렵다고 해도 지금까지 버티는 이유는 관광산업과 사회적경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분이다. 곧 내가 소속된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가 공론화의 장을 열 예정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각 지자체와 여러 경제주체들이 다함께 TF를 구성하고 대책을 마련해나가자.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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